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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음악가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뿌리 깊은 나무 수연이 기사, 2013년 7월 강원도 평창, 2016년 3월 서울 광화문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지금 내게 필요한 것, 마음을 나누는 음악”|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입력 : 2013.07.28 21:50:00 김수연(26·사진)은 아프다. 지난 26일 저녁 강원 평창의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졸탄 코다이의 ‘세레나데 op.12’를 연주하고 나서부터 눈에 띄게 컨디션이 나빠졌다. 친구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열심히 어깨를 주물렀다. 하지만 ‘우정 어린 안마’도 별 약효가 없었다. 자칫하면 인터뷰마저 포기해야 할 상황. 겨우겨우 몸을 추스르고 약속 장소에 나타난 그의 얼굴이 핼쑥하다. 27일 오전, 대관령국제음악제가 한창 펼쳐지고 있는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을.. 더보기
지휘자 임헌정... 오케스트라의 자부심은 교향악에서 나온다 부천필서 코리안 심포니로 자리옮긴 지휘자 임헌정 “11월부터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도전” 기사입력 2014-01-29 20:33|최종수정 2014-01-29 22:43 사진 | 예술의전당 제공 지휘자 임헌정(61)이 25년간 이끌었던 부천 필하모닉을 떠나 코리안 심포니의 예술감독 겸 지휘자로 취임했다. 최근 국내 음악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뉴스다. 그의 임기는 지난 27일 시작돼 앞으로 3년간 이어진다. 그와의 인터뷰는 진즉 예정됐으나 108세 노모의 병세가 위중한 탓에 지난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건너편 카페에서 이뤄졌다. 마침 그날은 코리안 심포니의 전임 지휘자인 최희준의 고별 연주회가 예정돼 있었고, 앞으로 이 악단을 이끌어갈 수장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연주회”였다. 이날 지휘자 임.. 더보기
지휘자 로타 차그로섹..."바그너? 마음 비우고 들으라구!" 왠만해선 인터뷰했던 인물과 사진을 찍거나 하진 않는다. 하지만 차그로섹 선생에겐 인터뷰가 끝난 후 내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카메라 앞에서 같이 히히 웃었다. 그는 멋진 70대였다. 실력을 갖췄으되 잘난 척하지 않았고, 자기 주장만 들이대는 완고함도 없었다. 그렇다고 뼈 없는 호인도 아니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상호 신뢰의 분위기에서 즐겁게 이뤄졌다. 물론 국립오페라단의 승미와 혜진이의 공이 컸다. 한국 초연 바그너 오페라 , 지휘자 로타 차그로섹 인터뷰 기사입력 2013-09-22 16:24 바그너의 오페라 의 한국 초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0월 1·3·5일이다. 어찌 보면 ‘역사적 초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공연을 앞두고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구르.. 더보기
백건우... 청춘의 선율 슈베르트 젊은 연주자들과의 인터뷰는 좀 힘들다. 답변이 짧고 추상적인 까닭이다. 하지만 인터뷰 기사의 재미는 디테일에서 나온다. 깨알같은 팩트가 살아 있어야 독자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기사가 만들어진다. 장강노도처럼 보이는 굵직한 스토리도 결국은 작은 사실들이 하나 둘씩 모여 이뤄진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나이 지긋한 연주자들을 인터뷰 하는 편이 훨씬 낫다. 예컨대 백건우와의 인터뷰가 그렇다. 나는 이미 백선생을 너댓번쯤 인터뷰했는데, 이제 우리의 인터뷰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통해 어떤 최종적 결론으로 나아가는, 일종의 즐거운 대화에 가깝다. 남들이 보기엔 시시덕거리며 노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지난 9월 초에 이뤄진 인터뷰도 그랬다. ‘청춘의 선율’ 슈베르트로 무대 오르는 백건우 | 기사입력 2013.. 더보기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 “첫번째 악기는 피아노 아닌 몸… 조화 속에서 음악 나와” 기사입력 2013-01-23 21:57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69·사진)가 내한한다. 포르투갈 태생의 그에게는 ‘우리 시대 최고의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라는 찬사가 따라붙는다. 그와 쌍벽을 이루는 또 한 명의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인 일본 태생의 우치다 미쓰코(65)가 ‘열락(悅樂)의 연주’를 펼치는 것과 달리, 피레스는 ‘시심(詩心)의 연주’를 들려준다. 내한 무대는 이번이 두번째다. 1996년에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하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와 내한한 이후 17년 만이다. 이번 공연은 고령의 거장 베르나르트 하이팅크(84)와의 협연이어서 한층 기대를 모은다. 2월28일과 3월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회를 펼칠 피레스를 e메일로 미리 .. 더보기
겐나디 로제스트벤스키..."10년 후에 또 만납시다" 결례를 무릅쓰고 방문을 열었다. 애초에는 음반에 사인을 받으려던 것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짧막한 인터뷰로 이어졌다. 지난 28일 정오, 서울시향 음악감독실. 그러니까 원래는 정명훈 감독의 방인데 그는 북한 평양에 간 상태였고, 그날 이 방에서는 서울시향과 리허설을 막 끝낸 겐나디 로제스트벤스키(Gennady Rozhdestvensky, 1931~)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왠 놈이냐'는 듯이 뚱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옛날 LP들을 보더니 금새 표정이 밝아졌다. 피차 초면의 긴장이 그렇게 풀렸다. 그는 편안하게 농담을 던져가며 내가 가져간 8장의 LP에 공들여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그냥 휙휙 날아가는 서명이 아니었다. 그는 사인 하나하나에 아주 꼼꼼하게 정성을 다.. 더보기
한국 재즈의 거목(巨木) 이판근 오랫동안 미뤘던 숙제를 해낸 기분이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결국 못하다가, 급기야 까맣게 잊어버렸던 숙제였다. 그렇게 망각 속으로 흘러들어갔던 '이판근'이라는 존재를 다시 상기시켜준 것은 자라섬의 예술감독 인재진과 재즈비평가 김현준이었다. 그들이 기획한 덕택에, 나는 그 백발의 노신사를 참으로 오랫만에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기자로서, 한때 음악의 전분야를 담당했던 적이 있다. 바하에서 판소리, 힙합까지 땅 위의 모든 음악이 '나와바리'였던 셈이다. 그때 나는 종종 재즈 기사를 쓰곤 했었는데, 공연장에서 가끔 마주쳤던 이판근 선생은 꼭 인터뷰를 하고 싶은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다. 온통 백발에 다소 까다로워 보이는 눈매. 그것이 멀리서 바라본 이판근 선생의 첫인상이었다. 한데 나는 그의 깐깐한 풍모 .. 더보기
피아니스트 백건우... 어눌하게 할 얘기 다하는 백선생 나는 젊은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별로 듣지 않는 축에 속한다. 현악기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피아노 음악은 나이가 좀 지긋한 사람이 연주해야 제 맛이 난다고 믿는 편이다. 6~7년 전쯤, 피아니스트 백혜선과도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당시 40줄에 막 들어선 백혜선의 생각도 거의 비슷했던 것 같다. 그때 그녀는 나이가 들수록 피아노의 진경(眞境)을 보여주는 몇몇 피아니스트들을 거론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프랑스에 사는 백건우 선생"이었다. 지난 2일, 광화문의 한 레스토랑에서 백선생과 만났다. 아내인 배우 윤정희씨도 함께였는데, 팔에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인도 뭄바이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갔다가 꾸당 넘어져 팔을 다쳤다"는 것. "다행히도 뼈가 부러지진 않고 금만 갔다"고 했다. 윤선.. 더보기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쿨하면서도 뜨거운 지금까지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를 네번 만났다. 첫번은 롱 티보 콩쿠르에서 우승한 직후였다. 당시 현수의 성적은 2위 없는 1위였으니, 압도적인 우승이었던 셈이다. 나는 그때 현수가 결선에서 프로코피에프의 협주곡을 연주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보면서 감탄을 했었다. 나뿐 아니라 판장사 경력 30년의 내 친구 세환도 "정말 멋지다"는 평가를 내렸었다. 우리는 클림트의 비좁은 난쟁이 의자에 앉아 프로코피에프를 신들린 듯 연주하던 현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한참을 노닥거렸다. 며칠 후 신문사 근처의 카페에서 마주앉는 현수는 뜻밖에도 수줍음을 탔다. 아마 현수를 돌봐주는 소연이가 겁을 줬던 모양이다. 성격이 굉장히 안 좋은 아저씨라던가, 수 틀리면 인터뷰 하다가 그냥 가버린다든가, 뭐 그런 얘기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 더보기
지휘자 정명훈... 그는 과연 누구일까? 지휘자 정명훈을 몇차례 만났지만,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5년 10월 일본 도쿄의 오페라시티 빌딩에 자리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의 만남이었다. 당시 그는 도쿄필하모닉의 지휘자로 연주회를 막 끝낸 후였고, 그 자리는 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 자리였다. 정마에는 그날 일행 중에서 가장 술을 잘 마셨다. "음식을 내가 알아서 시켜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한 뒤에 웨이터를 불러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는, 음식이 나오면 레시피를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듣던 대로 그는 요리에 대해 해박했다. 그날 내가 본 정명훈은 거푸 마신 와인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약간 취한 발음으로 평상시보다 훨씬 다변((多辯)을 쏟아냈다. 할 수 없이 나는 기자수첩을 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취중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