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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클래식 101

쇼스타코비치, 오라토리오 <숲의 노래> 쇼스타코비치, 오라토리오 지난 회에 이어 이번에도 쇼스타코비치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그의 음악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곡이 무엇일까요? 아마 다들 아실 겁니다. 거의 대중음악에 가까울 만큼 인기를 끄는 곡이 있지요. 그렇습니다. 바로 재즈 모음곡 2번입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에서 ‘왈츠 2’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음악은 전부 8곡으로 이뤄져 있는데, 순서대로 열거하면 march, little waltz, dance 1, waltz 1, little polka, waltz 2, dance 2, finale입니다. 그중에서도 색소폰이 리드하는 ‘왈츠 2’의 세 박자 선율은 여러 영화에 삽입돼 인기를 얻었습니다.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을 비롯해 한국영화 중에서는 등에 사용돼 사.. 더보기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d단조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d단조 몇해 전 저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2013년, 돌베개)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습니다. 읽은 분들은 기억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에는 옛소련의 음악가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필자의 사적인 경험담이 등장합니다. 제가 20대 초반의 청년이었던 1981년의 어느 날, 서울 광화문의 한 작은 서점에서 쇼스타코비치의 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당시만 해도 적성국가(敵性國家)였던 소련의 음악가, 게다가 서점의 판매대에 쌓여 있던 카세트테이프에는 ‘혁명’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생소한 음악이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집어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저와 비슷한 또래들은 아마.. 더보기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e단조 음악에서도 외모에서도, 라흐마니노프에게는 ‘귀족적인 침울함’이라고 부를 만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 배경을 몇 가지로 유추를 해보면 이렇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즉 세르게이는 여섯 형제 가운데 넷째로 태어났는데 친가와 외가 모두가 러시아의 장군 가문이었지요. 세르게이의 아버지인 바실리는 물려받은 영지가 대단히 많았을 뿐 아니라 아내인 류보피가 결혼 지참금으로 가져온 토지까지 소유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대단히 부유한 귀족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한데 세르게이가 태어나기 직전부터 집안이 슬슬 몰락하기 시작합니다. 아버지인 바실리의 한량 기질 때문이었습니다. 가장으로서 무책임했던 그는 낭비가 심하고 놀음까지 즐겼습니다. 당연히 여성 문제도 복잡했.. 더보기
말러,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가곡> 말러, 구스타프 말러는 모두 9개의 교향곡을 완성해 남겼습니다. 교향곡과 가곡의 중간적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까지 포함한다면 모두 10곡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1910년에 손을 대기 시작한 마지막 교향곡(10번)은 이듬해 5월에 세상을 뜨는 바람에 미완의 스케치와 단편으로만 존재합니다. 그래서 까지 포함한 10개의 교향곡은 오늘날까지 말러의 음악적 생애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한데 말러를 거론하면서 빼놓을 없는 장르가 또 있습니다. 음악가 말러의 출발점, 아울러 그의 교향곡 상당수에서 ‘음악적 씨앗’으로 작용했던 주옥같은 노래들을 빼놓고는 그의 음악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교향곡과 더불어 말러의 음악적 생애를 대변하는 장르는 바로 가곡.. 더보기
스트라빈스키, 불새(L‘oiseau de feu) 스트라빈스키, 불새(L‘oiseau de feu) 프랑스에서 20세기 음악의 싹을 틔운 사람은 클로드 드뷔시(1862~1918)였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8년 전이었던 1910년에 한 러시아 청년이 파리에 진출해 (L‘oiseau de feu)라는 발레음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합니다. 드뷔시보다 스물 살 연하였던, 당시 28세의 청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였지요. 청년 시절의 그는, 특히 파리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드뷔시의 인상주의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스트라빈스키도 훗날 “우리 세대의 음악가들은 드뷔시에게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술회하기도 했지요. ‘나’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우리 세대’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참 스트라빈스키답다는 .. 더보기
시벨리우스, 핀란디아(Finlandia, op.26) 시벨리우스, 핀란디아(Finlandia, op.26) 지난 2월 초에 이 지면에서 시벨리우스의 를 설명했습니다. 한데 당시의 글에서 아주 잠깐 언급했던 음악이 한 곡 있었지요. 바로 교향시 (Finlandia, op.26)입니다. 사실 이 곡은 바이올린 협주곡과 더불어 시벨리우스의 가장 인기 있는 레퍼토리로 손꼽힙니다. 물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시벨리우스의 음악들은 이밖에도 더 있지요. 그는 모두 8곡의 교향곡(‘쿨레르보 교향곡’ 포함)을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2번과 5번이 자주 연주됩니다. 또 극음악 에 수록돼 있는 아름답고 신비한 분위기의 ‘슬픈 왈츠’, 연주시간 5분가량의 이 짧은 곡도 인기곡으로 손꼽힙니다. 지면의 한계 때문에 그 좋은 곡들을 모두 언급하지 못해 아쉬울 뿐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 더보기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에서 1882년 태어나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무렵에 프랑스 파리에서 음악가로서의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후 러시아를 떠나 스위스에 정착했다가(1914~1920) 다시 파리로 귀환합니다(1920~1939). 그가 생애의 마지막을 보낸 땅은 미국이었지요. 1939년 미국에 도착해 1971년에 그곳에서 사망합니다. 중간에 딱 한번, 미국과 옛소련이 극하게 대립하던 1962년에, 그러니까 그의 나이 80세에 48년 만에 고향땅을 밟은 적이 있기는 합니다. 며칠 전에 본 어떤 원고 때문에 그의 생애가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국내의 한 출판사가 머잖아 책으로 출판할 원고인데, 담당 편집자가 한번 읽어보라고 교정지를 건네.. 더보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Vier letzte Lieder)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Vier letzte Lieder) 이 지면에서 오페라 이야기를 한 적은 없습니다. 오페라는 별도로 다뤄야 할 또 하나의 방대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하기 위해 그의 오페라 한 편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이 작곡가의 음악적 전반기를 대표하는 것은 역시 교향시일 테지만, 20세기로 접어들어 40대를 맞은 그의 음악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르는 역시 오페라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20세기 벽두인 1905년 12월 9일, 독일 드레스덴의 궁정오페라 극장에서는 매우 노골적인 오페라 한 편이 막을 올렸습니다. 이 오페라에서 섹스하고 싶다는 욕망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 여주인공은 ‘살로메’였지요. 그녀는 세례자 요한의 목소.. 더보기
엘가, 첼로 협주곡 e단조 고결한 슬픔의 협주곡, 엘가 더보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영웅의 생애'(Ein Heldenleben)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영웅의 생애'(Ein Heldenleben) 구글 검색창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입력하면 꽤 많은 사진이 뜹니다. 어떤가요? 상당히 가부장적인 느낌을 풍기지요. 완고하고 과시적인 표정, 힘을 주고 정면을 날카롭게 쏘아보는 눈매 같은 것들이 지금 보면 좀 웃기기까지 합니다. 물론 100여 년 전의 ‘아저씨’들은 잘 웃지 않았지요.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표정은 유난히 사납고 강해 보입니다. 예컨대 같은 시대의 인물이었던 구스타프 말러와 비교하면 그런 느낌이 더 확연합니다. 어딘지 불안하고 쓸쓸해 보이는 말러에 비하자면 슈트라우스의 표정은 확신과 저돌성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그런 슈트라우스에게도 귀여운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섯 살 무렵의 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