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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클래식 101

슈만, 교향곡 1번 ‘봄’ 슈만, 교향곡 1번 B플랫장조 op.38 ‘봄’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 [출처: 위키피디아] 어린 시절의 슈만은 문학적 재능이 빼어났던 소년이었습니다. 15살에 자서전을 쓰기도 했고, 김나지움 마지막 학년(우리로 치면 고등학교 3학년이겠지요)에는 ‘시와 음악의 밀접성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학적 재능은 아마도 부친에게서 이어진 것으로 유추됩니다. 아버지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1773~1826)는 슈만의 고향인 츠비카우에서 서점을 운영하면서 출판업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번역가로도 활동했지요. 외국의 시인들, 예컨대 영국 시인 바이런의 작품을 번역해 독일에 소개하는 일 같은 것을 했습니다. 1810년에 다섯 형제의 막내로 태어난 슈만은 늦둥.. 더보기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e단조 혹시 당타이손(Dang Thai Son)이라는 피아니스트를 아시는지요? 베트남 출신인데 국적은 캐나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980년에 우승해 화제로 떠올랐던 인물이지요. 왜 화제였는고 하니, 1927년 막을 올린 이 국제 콩쿠르에서 아시아인으로는 당타이손이 최초의 우승자였기 때문입니다. 쇼팽의 고향인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5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이 콩쿠르가 명피아니스트들의 산실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지요. 당타이손 직전에(1975년) 우승했던 피아니스트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직후에(1985년) 우승했던 피아니스트는 스타니슬라프 부닌입니다. 1960년대에는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 같은 피아니스트들이 이 콩쿠르에서 우승했.. 더보기
슈베르트, 피아노5중주 A장조 D.667 ‘송어’(Trout) 독일에 노발리스(Novalis, 1772~1801)라는 시인이 있었습니다. 물론 소설도 썼지만 그래도 ‘시인’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초기 낭만주의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인데요, 폐병을 앓다가 스물아홉 살에 요절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양반의 작품을 그닥 읽지 못했습니다. 청년 시절에 소설가 이병주 선생(1921~1992)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던 독일의 문학가입니다. ‘아, 이런 시인도 있구나’라는 정도로 건성 스쳐지나갔습니다. 한데 몇해 전에 국내에서 번역돼 나온 독일의 철학자 프레데릭 바이저의 책 를 읽다가 다시 이 시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세계를 낭만화하라”는 말, 정확히 옮기자면 “이 세계는 낭만화되어야 한다(Die Welt mu.. 더보기
말러, 교향곡 6번 a단조 ‘비극적’(Tragische) ... 아바도를 추모하며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 1933. 6. 26.-2014. 1. 20.) [출처: 위키피디아] 지난 20일에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가 타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지휘자 중의 한 명입니다. 저는 직업이 기자인지라 아바도가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부고 기사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타계를 애석해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아바도가 향년 81세로 타계했다는 기사를 20분 만에 썼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어떤 개인적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사실 저는 쉰 살이 훌쩍 넘었는지라 객관적으로 보자면 이른바 ‘나이든 한국 남자’ 축에 속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류의 세대적 특성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저는 감정의 샘이.. 더보기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A장조 (터키행진곡 포함) 살다 보면 아끼던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가끔 생깁니다. 최근 제게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글을 저는 항상 일요일에 쓰는데요, 후배들과 함께 사용하는 작은 집필실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 집필실을 이전하면서 LP 음반들이 한 뭉텅이 없어지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아마 한 200장쯤 사라진 것 같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저는 그 음반들의 실종 때문에 몇 시간 동안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쓰린 속을 달래면서, 다행히 사라지지 않은 애장음반 중에서 하나를 꺼내듭니다. 안드라스 쉬프(51)가 연주한 모차르트 소나타 전집입니다. 데카(Decca)에서 1980년대 초반에 발매한 LP입니다. 자동차를 몰고 집필실로 나오.. 더보기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 D.821 2013년의 마지막 칼럼입니다. 며칠 새 멈추지 않는 혹한에 몸도 마음도 자꾸 얼어붙습니다. 따뜻하고 풍요로운 세밑을 바라는 마음이야 다들 똑같겠지만 세상은 우리의 바람과 달리 온통 뒤숭숭합니다. 오늘은 칼럼을 쓰기 전에 한 줌의 모닥불과도 같은 음악을 내내 궁리했습니다. 슈베르트의 얼굴이 어른거렸고, 그가 1824년에 작곡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 D.821’이 떠올랐습니다. 연주시간 약 20분의 비교적 짧은 곡입니다. 슈베르트의 ‘중요한 작품’으로 거론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유려한 선율미로 인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곡이지요. 세밑의 따뜻한 음악선물로 당신에게 띄워 보내고 싶습니다.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출처: 위키피디아] 슈베르트의 음악적.. 더보기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b단조 op.74 ‘비창’(Pathetique)>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 차이코프스키의 를 듣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비창’(Pathetique)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번호가 붙은 교향곡 중에서 표제를 지닌 것은 1번과 6번입니다. 에는 ‘겨울날의 환상’(Winter Daydreams)라는 표제가 붙어 있지요. ‘겨울날의 몽상’이라고도 번역합니다. 6번에 붙어 있는 ‘비창’은 이 곡의 초연(1893년) 직후, 차이코프스키의 동생 모데스트가 지은 이름입니다. 모데스트는 차이코프스키의 매니저와도 같은 역할을 했지요. 우유부단하고 내향적이었던 차이코프스키는 동생 모데스트에게 적잖이 의지를 했던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형과 동생이 거꾸로 된 것이지요. 초연(1893년) 직후에 차이코프스키가 모데스트에게 표제를 붙이고 싶다는 의향을 말하자,.. 더보기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e단조 Op. 64 오늘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을 들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을 딱 한 곡 들었습니다. 의 초반부였던 지난해 11월 1일자에서였습니다. 교향곡 4번이었지요. 아시다시피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들, 특히 후반의 3곡(4ㆍ5ㆍ6번)은 한국인들에게 매우 사랑받는 레퍼토리입니다. 그럼에도 1년이 넘도록 그의 교향곡을 미뤄뒀던 까닭은 겨울을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추운 나라 러시아에서도 가장 추운 지역으로 손꼽히는 북쪽 지역, 한때 죄수들의 유형지로도 유명했던 보트킨스트에서 태어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는 추운 겨울에 들어야 제 맛이 나는 특유의 우울감이 있습니다. 특히 교향곡이 그렇습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러시아의 음악적 중심은 오래도록 교회음악이었습니다. 로마의 비잔틴 교회에 반발했.. 더보기
베토벤, 현악 4중주 16번 F장조 op.135 베토벤의 음악적 생애를 대표하는 장르는 9개의 교향곡, 또 ‘피아노의 신약성서’라고까지 일컬어지는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울러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장르가 현악4중주입니다. 베토벤은 모두 16곡의 현악4중주를 남겼습니다. 그 16곡 외에 단일 악장으로 출판된 도 현악4중주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겠습니다. 한데 을 꾸준히 읽어온 분들은 아시겠지만, 베토벤의 교향곡과 소나타들 중에서 주요 곡들을 모두 언급했음에도 아직까지 현악4중주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연재를 시작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듣고자 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필수적인 걸작들을 소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해 9월 12일자에 게재된 ‘내 인생의 클래식 101, 첫발을 내딛습니다’라.. 더보기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g단조 K.550 모차르트가 남긴 교향곡은 모두 41곡입니다. 동시대의 작곡가 하이든이 썼던 100곡 이상에 견주자면 적은 분량이지요. 하지만 모차르트는 자신보다 24세 연상이었던 하이든보다 훨씬 먼저 이 세상을 떠났으니, 35년간의 짧은 생애에 41곡의 교향곡을 썼다는 사실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표라고 하겠습니다. 첫번째 교향곡은 고작 여덟 살이던 1764년에 작곡됐지요. 아버지 레오폴트에 이끌려 서유럽 곳곳을 여행하던 시기에, 사실 그것은 결코 안락한 여행이 아니라 혹독한 연주투어였지만, 어쨌든 그 시기에 런던에서 작곡됐습니다. 자필악보에 ‘볼프강 모차르트의 교향곡, 런던, 1764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물론 여덟 살이었던 모차르트가 그렇게 썼다기보다는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가 기입해 넣었을 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