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클래식 101 썸네일형 리스트형 베토벤, 교향곡 9번 d단조 op.125 '합창' 철학자 에릭 호퍼(1902∼1983)를 아시는지요? ‘길 위의 철학자’로 불렸던 미국의 인문학자입니다. 학교라고는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던, 그야말로 독학의 철학자입니다. 그에게 학교란 다름 아닌 ‘책’이었지요. 부두노동자, 벌목꾼 등으로 일하면서 읽고 썼습니다. 이 정도는 돼야 ‘무학의 통찰’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겁니다. 철학자로 명성을 얻었던 계기는 1951년 펴냈던 (The true believer)이라는 저서였지요. 당시의 세계는 2차 세계대전과 나치즘의 충격을 채 지우지 못하고 있었고 미국과 소련을 주축으로 냉전 체제가 막 형성되고 있던 차였습니다. 쉰 살의 부두노동자였던 호퍼는 이 책으로 단숨에 명성을 얻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광신적 기독교 신자, 광신적 이슬람교 신자, 광신적 민족.. 더보기 모차르트, 클라리넷 5중주 A장조 K.581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출처: 위키피디아] 작곡가들도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악기가 있습니다. 특히 말년의 모차르트가 사랑했던 악기로는 클라리넷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물론 말년이라고 해봤자 30대 초반이 겨우 넘은 나이였지요. 오스트리아 빈에서 생애의 마지막에 들어섰던 모차르트는 클라리넷을 주인공으로 삼은 5중주곡을 1789년에 작곡했습니다. 또 그로부터 2년 뒤에, 그러니까 세상을 떠난 해였던 1891년에는 클라리넷 협주곡을 한 편 완성하지요. 두 곡 모두 걸작입니다. 클라리넷의 매우 중요한 레퍼토리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악 음악의 발전은 악기의 발전과 궤를 같이합니다. 작곡가들도 악기의 개량과 발전에 자극과 영감을 받아서 작곡에 손을 대는.. 더보기 그리그, 페르 귄트 모음곡 1ㆍ2 지난주에 들었던 브람스의 어땠나요? 음악이 좀 어렵고 무거운 느낌이 있었지요? 하지만 귀에 익숙한 소품만 들어서는 음악을 ‘내 것’으로 만들기가 좀 어렵습니다. 보다 본격적으로 음악에 육박해 들어가려면 ‘큰 산’을 2박3일 종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필요가 있지요. 그렇게 힘든 등산을 몇 차례 거치고 나면 동네 뒷산쯤은 쉽게 오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내 인생의 클래식 101’에는 묵직한 대곡(大曲)이 종종 올라옵니다. 지난주의 이나 몇 주 전 들었던 바흐의 같은 음악들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떤가요? 실제로 몇 차례 들어 보면, 음악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 그 긴 음악을 들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 아울러 그.. 더보기 브람스, 독일 레퀴엠 op.45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66) [출처: 위키피디아] 브람스는 32살 때였던 1865년에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그때 그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지내고 있었지요. 음악가로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그는 ‘모친 위독’이라는 전보를 받고는 황급히 고향 함부르크로 달려갔지만,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난 다음이었습니다. 아마도 몹시 망연자실했을 겁니다. 2월 4일자 ‘내 인생의 클래식 101(http://ch.yes24.com/Article/View/21413)’에서도 썼듯이, 브람스의 아버지인 요한 야코프 브람스는 가난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였습니다. 어머니 크리스티아네 니센은 그 남편보다 17살 연상이었던, 역시나 가난한 집안의 딸이었습니다. 게다가 다리를 절었습니다... 더보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E플랫장조 op.73 ‘황제’ 알프레트 브렌델(Alfred Brendel) [출처: 위키피디아] 저는 여러 장르의 음악 가운데서도 피아노곡을 유독 좋아합니다. 한 대의 악기로 ‘음악 전체’를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악기라는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다시 말해 피아노는 대범하면서도 고독한 악기입니다.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악기이지요. 그래서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1931~)은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바이올린은 악기 바이올린일 뿐이지만 피아노는 변화의 장(場)입니다. 피아노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 끝에서 노래하는 인간의 목소리로 변할 수도 있고, 다른 악기들의 음색을 모방할 수도 있으며, 오케스트라가 될 수도 있고, 무지개나 우주의 음향으로 변할 수도 있지요.” 자, 오늘은 피아니스.. 더보기 리스트, 사랑의 꿈(Liebestraum)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출처: 위키피디아] 프란츠 리스트(1811~1886)는 12살 때 베토벤 앞에서 피아노를 쳤습니다. 베토벤은 어린 소년의 연주에 완전히 감탄했지요. 연주가 끝나자 소년을 꼭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춥니다. 이 유명한 장면은 한 장의 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그림은 현재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박물관에 보관돼 있지요. 어린 리스트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오스트리아 빈을 찾아와 베토벤의 제자인 체르니(1791~1857)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베토벤은 제자의 청을 받아 신동의 연주회에 참석했던 것이지요. 오늘날에도 어린 연주자들이 거장 앞에서 오디션을 보기 위해 줄을 서는 광경들은 흔하디흔합니다. 리스트의 스승이었던 체르니는 제자에 대한 첫인상을 .. 더보기 슈베르트,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 죽음과 소녀-(왼쪽부터) 한스 발둥 그린, 에드바르 뭉크, 에곤 실레 [출처: 위키피디아] 16세기 초엽에 독일에서 활약한 화가 한스 발둥 그린(Hans Baldung Grien)의 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얇은 천으로 아랫도리만 살짝 가린, 거의 알몸의 소녀를 해골 모양의 사신(死神)이 뒤에서 꽉 붙잡고 있습니다. 소녀는 완전히 공포에 질린 모습입니다. 너무나도 두려운 탓에 소녀의 얼굴은 거의 흙빛입니다. 소녀라기보다는 차라리 노인의 얼굴에 가깝습니다. 한데 이 ‘죽음과 소녀’라는 모티브가 세기말에 이르게 되면 완전히 반전된 형태로 나타나지요. 유명한 작품으로는 에드바르 뭉크(1863~1944)가 1893년에 그린 가 있습니다. 이 그림의 소녀는 아주 다른 태도를 보여줍니다. 벌거벗은 소녀가 ‘죽음’을 .. 더보기 바흐, 마태수난곡 BWV 244 마태수난곡 악보(Matthaus-Passion, BWV 244) [출처: 위키피디아] 바흐(1685~1750)의 종교음악 가운데 가장 걸작으로 손꼽히는 곡은 아마도 일 겁니다. 낭만주의 시대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였던 펠릭스 멘델스존(1809년~1847)이 100년 만에 이 곡을 다시 연주해 ‘잠자던 바흐’를 부활시켰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음악사적 ‘상식’입니다. 자, 그런데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멘델스존은 바흐의 악보를 과연 어떻게 발견하게 된 걸까요? 스페인 태생의 거장 페레 포르타베야 감독(84)이 2007년에 만든 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바흐에 대한 경배’라고 할 만한 영화입니다. 물론 상징적 표현들이 자주 등장하고 시점의 변화가 빈번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 더보기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A장조 Op.47 ‘크로이처’(Kreutzer) 음악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독약’일까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때때로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는 음악이 운율과 하모니를 통해 정신을 조화롭게 하고 감정을 순화시키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치우치면 사람을 유약하게 만들 뿐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음악을 ‘하찮은 것’으로 여겼던 이 철학자는, 그렇게 나쁜 영향을 주는 음악을 지상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한다고까지 설파했지요. 음악에 대한 이 부정적 견해는 19세기 말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에게서 다시 발견됩니다. 19세기는 이른바 낭만의 시대였지요. 베토벤 이후 점점 확고해진 음악의 절대성과 신성함이 반론의 여지없이 통용되던 때였습니다. 음악은 “고통스러운 세계에서 구원으로 나아가는 문”(쇼펜하우어)이었고, “나약한 인간을 초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 더보기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 4월입니다. 미술관 가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나뭇가지들이 봄기운을 품은 채 초록색 움을 틔우고 있습니다. 시립미술관 앞을 지나치는데 나들이 나선 사람들이 모습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띕니다. 그 모습을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다가, 러시아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의 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y) [출처: 위키피디아] 리스링룸에 당도해 음반 한 장을 턴테이블에 올려놓습니다. 제가 음악을 듣는 방은 세 평 남짓합니다. 오디오도 그닥 비싸지 않은 ‘거의 골동품’이지요. 턴테이블에 올려놓은 음반은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빅토르 에레스코(Victor Eresko, Viktor Yeresko)의 LP입니다. 이 피아니스트는 1942년 옛소련의 키에프에서 태어난 사람이지요... 더보기 이전 1 ··· 5 6 7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