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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클래식 101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F장조 Op.24 ‘봄’ 남녘에서부터 봄소식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며칠 전 주말 뉴스는 섬진강가의 만개한 산수유꽃을 보여주더군요. 베토벤의 는 지금 듣기에 딱인 음악입니다. ‘봄’이라는 이름을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은 아니지만, 음악의 분위기에 참으로 잘 들어맞는 별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봄’을 표상하는 음악은 이밖에도 많지요. 기억을 한번 더듬어 볼까요. ‘내 인생의 클래식 101’에서도 거론된 적이 있었던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는 당연히 봄으로 막을 올립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에도 봄기운이 샘솟고, 멘델스존의 에도 ‘봄의 노래’가 들어 있지요.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종달새’도 봄 냄새가 물씬합니다. 드뷔시가 색채감 있는 관현악으로 그려낸 ‘봄’도 있습니다. 또 슈만의 교향곡 1번도 ‘봄.. 더보기
하이든, 현악4중주 78번 B플랫장조 Op.76-4 '일출' 얼마 전에 개봉한 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명배우로 알려져 있는 더스틴 호프만의 감독 입봉작이라고 합니다. 호프만은 미국 태생이고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로 활약해왔지만, 이 영화의 제작사는 영국의 BBC필름입니다. 그래선지 매우 영국적인 풍경들이 자주 펼쳐집니다. 아시다시피 영국 사람들은 ‘정원 꾸미기’를 좋아하지요? 이 영화에도 아름다운 정원 풍경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비첨하우스’는 은퇴한 노음악가들이 여생을 보내는 일종의 양로원인데, 영국이 자랑하는 지휘자 토마스 비첨(Thomas Beecham, 1879~1961)에게서 이름을 따온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를 며칠 전 시사회에서 봤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사람마다 다를 .. 더보기
슈만,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op.48)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출처: 위키피디아] 슈만은 마음 씀씀이가 넉넉한 사람이었습니다. 3주 전 칼럼에서 소개했던 브람스 얘기 기억나시지요? 1853년 9월 30일, 슈만은 자신의 집을 찾아온 스무 살 청년 브람스의 연주를 듣고 진심으로 탄복합니다. 그날 일기장에 “천재가 다녀갔다”고 쓴 것은 물론이거니와, 잡지 에 생면부지의 청년을 열렬히 옹호하는 평론을 발표하면서 앞날의 무운장구를 기원하지요. 어디 브람스뿐인가요. 슈만은 동갑내기 음악가 쇼팽에 대해서도 그랬습니다. 슈만이 쇼팽의 자작곡 악보를 처음 접한 것은 1831년이었는데, 그때도 슈만은 자신의 스승(훗날 장인이 되는) 프리드리히 비크에게 흥분한 어조로 외쳤다고 합니다. “당장 이 사람을 불러와 클라라와 함께 피아노를 공부.. 더보기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Clair de Lune) 드뷔시, ‘달빛’(Clair de Lune) 음력 대보름날 밤에 이 글을 씁니다. 드뷔시(1862~1918)의 ‘달빛’(Clair de Lune)을 안 들을 수가 없군요. 적어도 앞으로 사나흘간은 달빛이 휘영청 밝을 겁니다. ‘달빛’은 드뷔시가 1890년 작곡에 착수했던 (Suite Bergamasque)의 세번째 곡이지요. 드뷔시의 피아노 음악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일 듯합니다. 드뷔시가 남긴 모든 음악을 통틀어도 이처럼 대중적 인기를 끄는 곡을 아마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지요. 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이 연주하는 곡이 바로 ‘달빛’입니다. 비교적 요즘 영화들 중에서는 이라는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 기억으로는, 베트남의 트란 안 홍 감독이 .. 더보기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B플랫장조 op.83 http://ch.yes24.com/Article/View/21487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1915~1997)를 아시지요?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대개 들어봤을 겁니다. 러시아식 발음으로 하자면 ‘리히쩨르’가 맞겠지요. 한국에서는 리히터, 혹은 리히테르로 표기합니다. 그는 서른 살이었던 1945년에 소비에트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우승하면서 전후 소련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떠오릅니다. 오늘날 우리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굉장히 늦은 데뷔였지요.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아주 정상적인 데뷔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서른 살은 피아니스트로 데뷔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볼 수 있지요. 피아노라는 악기의 몸체가 유난히 큰데다가, 음악적으로도 매우 ‘종합적’인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 더보기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d단조 op.15 http://ch.yes24.com/Article/View/21413 파트리크 쥐스킨트(1949~)의 라는 소설을 읽어보셨나요? 이 소설은 독일 작가 쥐스킨트가 무명 시절을 청산할 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 어느 극단의 제의를 받아 모노드라마(1인극)을 염두에 두고 썼던 작품인데, 다행스럽게 연극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쥐스킨트라는 네 글자가 대중에게 알려지게 됩니다. 이듬해에 발표한 는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소설이었지요. 30개가 넘는 나라에 번역 소개되면서 그를 일약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습니다. 한데 엄밀하게 따지면 ‘콘트라베이스’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이탈리아식으로는 ‘콘트라바쏘’, 영어식으로는 ‘더블베이스’로 써야 합니다. 쥐스킨트의 모국어인 독일어로 발음하자면 ‘콘트라바스’(Der Kon.. 더보기
쇼팽, 4개의 발라드(Ballades) http://ch.yes24.com/Article/View/21374 2주 전에 쇼팽의 ‘녹턴’을 들었습니다. 오늘은 ‘발라드’입니다. 쇼팽은 모두 4곡의 ‘발라드’를 남겼습니다. 1831년부터 1842년까지, 그러니까 스물한 살부터 서른두 살 때까지입니다. 창작력이 가장 왕성했을 뿐 아니라 프랑스 파리에서 청년 음악가로 승승장구하던 시절에 작곡된 곡들입니다. 저는 2주 전에 “녹턴은 시적이고 영상적인 반면에 발라드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썼습니다. “녹턴은 시적이고 발라드는 서사적”이라고도 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발라드’에 대한 얘기를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발라드’(ballade)라는 말은 오늘날 대중음악에서도 흔히 쓰입니다. 리듬보다는 선율과 가사를 더 .. 더보기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Winterreise) D.911 http://ch.yes24.com/Article/View/21324 겨울여행 다녀오셨습니까? 나이가 조금씩 들다보니 혼자 떠나는 여행을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30대까지만 해도 배낭을 메고 어느날 훌쩍 떠난다거나, 때로는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파리의 뒷골목을 혼자 헤매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몽드’ 주말판에는 파리에서 열리는 주요 공연 일정이 거의 다 실려 있는데, 드골 공항에 도착하면 일단 신문 한 부를 사서 볼만한 연주회가 뭐가 있나부터 살피곤 했습니다. 살 플레옐이나 올랭피아 극장을 찾아가서 클래식 연주회도 보고, 재즈 연주도 듣곤 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맘대로 살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제는 누가 보내준다고 해도 혼자서 파리의 공연장이나 뒷골목 카페를 서.. 더보기
쇼팽, ‘녹턴’(Nocturn, 야상곡) http://ch.yes24.com/Article/View/21288 ‘캐릭터 피스’(Character Piece)라는 말을 아시나요? 우리말로 바꾸자면 ‘성격적 소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낭만의 시대인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자유로운 감정의 표현이 피아노 음악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는데, 그것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장르가 바로 ‘캐릭터 피스’라고 할 수 있지요. 소나타와 변주곡 등 고전적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피아노 소품들을 일컫습니다. 아름다운 시적 영감이 두드러질 뿐 아니라, A-B-A의 단순한 3부 형식, 또 선율과 화성이 매우 강조돼 있어서 듣는 이의 입장에서 보자면 쉽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음악에 속합니다. 시대적으로 보자면, 몇 가지 객관적 조건이 캐릭터 피스의 출현을 불러 일.. 더보기
베토벤, 교향곡 6번 F장조 op.68 ‘전원’ http://ch.yes24.com/Article/View/21235 지난 회에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을 들었습니다. 내친 김에 로 이어가겠습니다. 5번과 6번은 같은 시기에 태어난 쌍둥이입니다. 지난 회에서도 얘기했듯이 베토벤은 교향곡 작곡을 잠시 중단했다가 1807년에 다시 펜을 듭니다. 그 해와 이듬해에 두 개의 교향곡을 동시에 작곡해 1808년 12월 22일, 본인의 지휘로 한꺼번에 초연합니다. 하지만 두 곡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5번이 ‘전투와 승리’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반면, 6번은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5번과 6번은 ‘이란성 쌍생아’입니다. 같은 부모에게서 같은 날 태어났지만 생김새가 많이 다릅니다. 산책하는 베토벤 [출처: 위키피디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