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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서

지휘자 최희준, 코리안 심포니 '고별 콘서트'

[리뷰]코리안심포니 상임지휘자 최희준 ‘굿바이 콘서트’


 

ㆍ특유의 순정한 음향으로 3년 여정 마무리

연주가 끝났다. 마지막 음향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객석에서는 열렬한 박수와 ‘브라보!’ 소리가 터져나왔다. 성급한 행동이었지만 이날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코리안 심포니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최희준(41)의 고별 무대였던 까닭이다. 지휘자는 열렬한 기립박수를 뒤로한 채 퇴장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악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의 귀에 익은 선율이 콘서트홀에 울려퍼졌다. 지휘자 최희준은 다시 들어왔다. 하지만 악단의 중앙으로 나오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단원들의 송가에 귀를 기울였다.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지난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지휘자 최희준과 코리안 심포니의 ‘굿바이 콘서트’가 열렸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1번(박종화 협연)과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했다. 사실 이날 연주의 완성도를 논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지난 25일로 3년 임기를 마친 최희준과 코리안 심포니의 고별 무대는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연주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도 호연이었다. 첫 곡인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에서 현악기들이 주제 선율을 조용히 연주하는 순간부터 최희준 특유의 ‘순정한 음향’이 울려퍼졌다. 견고하고 담백한 소리였다. 어떤 이들은 좀 더 출렁거리는 음악적 흥취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최희준의 스타일이 아닐 터. 특히 현악기들의 단단한 응집력은 국내의 어떤 오케스트라도 쉽사리 넘보기 어려운 수준에 올라 있었다. 게다가 지휘자 최희준은 이날의 솔리스트인 피아니스트 박종화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잠시도 마다하지 않았다. 1악장에서 3악장에 이르기까지 그는 어떤 장면에서도 자신을 성마르게 드러내지 않았고 피아니스트를 돋보이게 하려는 입장을 여일하게 유지했다. 지휘자 최희준은 그렇게, 흐트러지지 않는 음악의 중심으로 빛났다.

베토벤의 협주곡에서 보여준 오케스트라의 합주력에 비하자면 말러의 교향곡 ‘거인’은 2% 아쉬웠다고 할 만하다. 음악의 뉘앙스가 복잡해지자 간간이 사운드의 균열이 엿보였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1악장에서 관악기들은 종종 엉거주춤했고 춤곡의 느낌이 완연해야 할 2악장은 군데군데 뻣뻣한 연주를 들려줬다. 하지만 3악장 ‘장송’은 다시금 청중의 마음을 빨아들였다. 더블베이스의 솔로 연주, 이어지는 관악기들의 호응도 흠잡을 데 없었다. 다만 마지막 4악장에서 좀 더 탄력 있는 리듬과 음악적 부피감을 구사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최희준과 코리안 심포니가 3년을 동행하면서 많은 성취를 이뤄냈음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던 연주회다. 이제 40대 초반의 지휘자 최희준. 독일 한스아이슬러 음대 출신. 2003년 독일 전 음대 지휘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카라얀상을 거머쥐었던 실력파. 그는 여전히 한국 음악계에서 할 일이 많은 지휘자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