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했다. 최종 목적지는 독일 뮌헨. 모스크바에서 세시간을 기다려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모스크바까지 가는 비행기는 대한항공이었고, 모스크바에서 뮌헨까지는 아에로플로트. 기내 시설 및 서비스 문제 등등, 여러가지 악평이 따라다니는 비행기였다. 여기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앞으로도 나처럼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할 사람들이 아주 많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최근에 모스크바 공항은 기존의 F터미널 외에 새로 지은 D터미널을 오픈했기 때문에, 다녀온 사람의 경험담이 다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일단 인천에서 모스크바까지는 대한항공 편으로 비교적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승무원들은 친절하고 기내식도 퀄리티가 좋다. 성능 좋은 TV 모니터도 좌석마다 개별적으로 설치돼 있었다. 세계 각국의 비행기를 이것저것 많이 봤지만, 한국의 대한항공은 서비스와 시설 면에서 가히 세계 일류급이다. 특히 몇시간 후 모스크바에서 갈아탈 아에로플로트와 비교하자면 참으로 천양지차를 느끼게 한다. 게다가 난 운이 좋았는지, TV모니터의 영화 리스트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두 편의 영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파티 아킨 감독의 <소울 키친>이었고, 또 하나는 디자이너 코코 샤넬과 음악가 스트라빈스키의 러브 스토리를 다룬 영화 <코코와 이고르>였다. 후자의 감독은 누군지 잘 모르겠다. 터키계 독일 감독인 파티 아킨의 영화에는 진즉부터 관심과 신뢰가 있어왔던 터라, 아주 재밌게 두 시간 가량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두번째 영화는 보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인천을 출발한지 9시간 가량 지나서 마침내 모스크바 공항 도착.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뮌헨행 비행기는 약 3시간 후 출발. 환승할 곳은 새로 문을 연 D터미널이었다. 인터넷에는 모스크바 환승과 관련해 여러 가지 체험담이 올라와 있는데, 이 모든 걸 다 읽다보면 자칫 머릿속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일단 간단하게 기억하자. 타고간 비행기에서 걸어나와 무조건 transit 창구로 가면 된다. 아주 가깝다. transit 표시를 따라 50미터쯤 걸었더니 두 개의 창구가 나타났고, 그 앞에 환승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내가 갔을 때는 대략 50명쯤 되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하고, 대충 끼어들기도 하면서 와글와글 모여 있었다. 약간 무질서한 풍경이었다. 한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창구에서 좀 떨어져서, 너무 많이 떨어지진 말고 한 5미터쯤 떨어져서 기다리라는 것이다. 그러면 왠 아주머니가 등장한다. 이 분을 주목해야 한다. 물론 모스크바 공항 직원이다. 내가 봤던 여성은 대략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상당히 몸집이 큰 분이었다. 그 아주머니가 아주 큰 소리로 외친다. "테르미날 지!"라고. 뭐라고 뭐라고 러시아 말로 더 얘기하는데 잘 알아 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냥 "테르미날 지"만 알아들어도 된다. 물론 그것은 '터미널 D'의 러시아식 발음이다. 그 아주머니는 그 단어에 특히 액센트를 주면서 큰 소리로 외치기 때문에, 나처럼 외국어에 귀가 꽉 막힌 사람도 다 알아들을 수 있다. 아마 그는 "터미널 D로 갈 사람은 이쪽으로 모이세요."라고 외쳤을 것이다.
그 아주머니 앞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은 나까지 포함해 여섯 명이었다. 손에 여행안내 책자를 든 채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는,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시아인이 있길래 "어디냐?"고 물었더니 "차이니스"라고 대답했다. 키가 작고 체구가 가녀린 여학생이었는데, 그 아이는 나한테 "당신은 어디세요?"라고 묻지도 않고 내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같은 동양권 아저씨가 말을 붙여오자 마음이 많이 놓이는 눈치였다. "어디 가냐?'고 했더니, "베를린"이라고 했다. 마침내 뚱뚱한 아주머니가 "자, 다들 나를 따라오세요"라고 외쳤다. 물론 말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눈짓, 손짓을 보면 다 알 수 있다. 그 거구의 아주머니는 우리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물론 그것은 밖이 아니다. 엄연히 공항 내부이지만 다만 건물 바깥일 뿐이다. 한 3분쯤 기다리자 버스 한 대가 우리가 옹기종기 서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앞유리창에 진하게 금이 간 버스였다. 아주머니는 큰 소리로 "이 버스 타라"고 또 외치는 것 같았다. 여섯 명은 우르르 버스에 올랐다. 중국 여학생은 내 뒤를 졸졸 따라 버스에 올라탔다.
터미널 D까지 가는 건 순식간이다. 2~3분 정도. 버스에서 내려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transit 표지만 따라가면 된다. 2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tnasit 창구가 나온다. 거기에서 보딩 게이트만 확인하면 된다. 전광 안내판을 봐도 되는데, 나는 둥그런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여직원에게 물었다. 그 정도 영어는 할 줄 아니까. 그 직원은 29번 게이트라고 러시아식으로 발음하면서 티켓에 파란 볼펜으로 써주기까지 했다. 그러면 tnasit 창구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물론 여기서 여권을 확인하고 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이 한번 있긴 하지만, 아주 간단하게 끝난다. 안으로 들어서면 면세점들이 모여 있는 보딩 구역. 자기 게이트로 가서 보딩하면 된다. 이 모든 것에 걸린 시간은 대략 한시간쯤. 터미날 D는 새로 지어진 곳답게 아주 깨끗하고 무선 인터넷도 가능하다. 여기서 시간을 대충 보내다가 뮌헨행 비행기를 타면 오케이.
나는 뮌헨과 비엔나에서 각각 이틀씩 보내고 귀국했는데, 귀국할 때 모스크바에서의 환승은 갈 때와 좀 다르다. 물론 그다지 어려운 점은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저 지시판을 따라 그대로 움직이면 된다. 비엔나에서 모스크바까지는 아에로플로트로 약 세시간. 비행기는 내부 시설이 엉망이었다. 뮌헨으로 갈 때 탔던 비행기보다 형편이 더 안좋았다. 내 옆자리는 의자 한쪽이 약간 주저앉은 상태였는데, 그 자리에 앉아야 할 승객이 이에 항의하자 승무원은 담요를 갖다주면서 깔고 앉으라고 했다. 별로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었다. 아마도 그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라는 태도처럼 보였다. 어쨌든 그 남자는 담요를 깔고 앉으면서 연신 투덜거렸다. 그는 러시아 남자였다. 나는 비행기가 이륙한 후 담요를 덮고 잠을 청하려다가, '아이쿠!'하면서 다시 담요를 비닐 봉투에 구겨넣어야 했다. 심하게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청소를 안 한 홀아비방에서 나는 것과 똑같은 냄새였다.
세시간쯤 경과해 다시 모스크바 공항 터미널 F에 도착했다. 인천행 비행기를 갈아탈 곳도 역시 터미널 F였다. 이번에도 요령은 간단하다. 비행기에서 걸어나와 같은 층에 있는 transit 표시만 따라가면 된다. 이번에는 거리가 꽤 됐다. 아마 6~7분가량 걸었던 것 같다. 앞뒤에 러시아 사람들이 꽤 많이 눈에 띄어서, '혹시 러시아 국내선 환승인가' 하고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는데, 바로 그때 international이라는 표지가 나타나서 그대로 주욱 걸어갔다. 그러자 곧 transit 창구가 나타났다. 이번에도 창구는 두 개였다. 여권과 비행기 티켓 보여주고 간단하게 검색대 통과. 이번에도 역시 빠르게 끝났다. 검색대를 빠져나오자 곧바로 보딩 게이트 구역. 면세점들, 화장실, 카페테리아 등등이 눈에 들어온다.
보딩 구역에 들어오면 자기가 탈 비행기가 몇번 게이트에서 출발하는지를 미리 확인해두는 게 우선이다. 비엔나에서 받은 티켓에는 탑승시간과 좌석 번호만 기재돼 있고, 게이트 번호는 비어 있다. 가장 손쉬운 건 전광판에서 확인하는 거다. 그 전광판은 보딩 구역 곳곳에 비치돼 있는데, 비행기 편명과 목적지, 탑승시간, 게이트 번호 등을 거기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보읻 구역 안에 인포메이션 창구도 하나 있는데, 그 창구 앞에는 '게이트 번호는 제발 묻지 말아달라'고 진한 글씨로 씌여 있다.
터미널F는 지난번에 두시간 가량을 머물렀던 터미널D와 비교하자면 좁고 더러웠다. 하지만 아주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면세점들도 여럿 있고,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테리아도 7~8곳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곳에 눌러 살 것도 아니니, 서너 시간 정도는 충분히 버틸 만하다. 게다가 면세점과 카페테리아 점원들 중에는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미인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비흡연자들은 좀 고역일 것 같다. 터미널 F에는 칸막이가 된 흡연실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고, 그냥 곳곳에 흡연 구역 표시를 해놓고 커다란 재떨이를 비치해 두고 있었다. 그곳은 대개 화장실 입구였는데, 나같은 골초야 이게 왠 떡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담배를 안 피우거나 심지어 혐오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좀 고역일 듯 싶었다. 그런데 나는 시간을 떼우느라고 터미널F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재밌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새로 문을 연 터미널D까지 그냥 걸어서도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번에 뚱뚱한 아주머니의 지시와 안내를 받아가며 버스로 이동해야 했던 것은, 아마도 걸어서 가기에 좀 먼 거리여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만약 환승까지 시간적 여유가 많다면, 굳이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아무쪼록, 모스크바에서 비행기 갈아타고 유럽으로 나갔다가 돌아올 분들에게 이 정보가 약소하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일단 인천에서 모스크바까지는 대한항공 편으로 비교적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승무원들은 친절하고 기내식도 퀄리티가 좋다. 성능 좋은 TV 모니터도 좌석마다 개별적으로 설치돼 있었다. 세계 각국의 비행기를 이것저것 많이 봤지만, 한국의 대한항공은 서비스와 시설 면에서 가히 세계 일류급이다. 특히 몇시간 후 모스크바에서 갈아탈 아에로플로트와 비교하자면 참으로 천양지차를 느끼게 한다. 게다가 난 운이 좋았는지, TV모니터의 영화 리스트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두 편의 영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파티 아킨 감독의 <소울 키친>이었고, 또 하나는 디자이너 코코 샤넬과 음악가 스트라빈스키의 러브 스토리를 다룬 영화 <코코와 이고르>였다. 후자의 감독은 누군지 잘 모르겠다. 터키계 독일 감독인 파티 아킨의 영화에는 진즉부터 관심과 신뢰가 있어왔던 터라, 아주 재밌게 두 시간 가량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두번째 영화는 보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인천을 출발한지 9시간 가량 지나서 마침내 모스크바 공항 도착.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뮌헨행 비행기는 약 3시간 후 출발. 환승할 곳은 새로 문을 연 D터미널이었다. 인터넷에는 모스크바 환승과 관련해 여러 가지 체험담이 올라와 있는데, 이 모든 걸 다 읽다보면 자칫 머릿속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일단 간단하게 기억하자. 타고간 비행기에서 걸어나와 무조건 transit 창구로 가면 된다. 아주 가깝다. transit 표시를 따라 50미터쯤 걸었더니 두 개의 창구가 나타났고, 그 앞에 환승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내가 갔을 때는 대략 50명쯤 되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하고, 대충 끼어들기도 하면서 와글와글 모여 있었다. 약간 무질서한 풍경이었다. 한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창구에서 좀 떨어져서, 너무 많이 떨어지진 말고 한 5미터쯤 떨어져서 기다리라는 것이다. 그러면 왠 아주머니가 등장한다. 이 분을 주목해야 한다. 물론 모스크바 공항 직원이다. 내가 봤던 여성은 대략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상당히 몸집이 큰 분이었다. 그 아주머니가 아주 큰 소리로 외친다. "테르미날 지!"라고. 뭐라고 뭐라고 러시아 말로 더 얘기하는데 잘 알아 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냥 "테르미날 지"만 알아들어도 된다. 물론 그것은 '터미널 D'의 러시아식 발음이다. 그 아주머니는 그 단어에 특히 액센트를 주면서 큰 소리로 외치기 때문에, 나처럼 외국어에 귀가 꽉 막힌 사람도 다 알아들을 수 있다. 아마 그는 "터미널 D로 갈 사람은 이쪽으로 모이세요."라고 외쳤을 것이다.
그 아주머니 앞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은 나까지 포함해 여섯 명이었다. 손에 여행안내 책자를 든 채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는,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시아인이 있길래 "어디냐?"고 물었더니 "차이니스"라고 대답했다. 키가 작고 체구가 가녀린 여학생이었는데, 그 아이는 나한테 "당신은 어디세요?"라고 묻지도 않고 내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같은 동양권 아저씨가 말을 붙여오자 마음이 많이 놓이는 눈치였다. "어디 가냐?'고 했더니, "베를린"이라고 했다. 마침내 뚱뚱한 아주머니가 "자, 다들 나를 따라오세요"라고 외쳤다. 물론 말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눈짓, 손짓을 보면 다 알 수 있다. 그 거구의 아주머니는 우리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물론 그것은 밖이 아니다. 엄연히 공항 내부이지만 다만 건물 바깥일 뿐이다. 한 3분쯤 기다리자 버스 한 대가 우리가 옹기종기 서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앞유리창에 진하게 금이 간 버스였다. 아주머니는 큰 소리로 "이 버스 타라"고 또 외치는 것 같았다. 여섯 명은 우르르 버스에 올랐다. 중국 여학생은 내 뒤를 졸졸 따라 버스에 올라탔다.
터미널 D까지 가는 건 순식간이다. 2~3분 정도. 버스에서 내려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transit 표지만 따라가면 된다. 2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tnasit 창구가 나온다. 거기에서 보딩 게이트만 확인하면 된다. 전광 안내판을 봐도 되는데, 나는 둥그런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여직원에게 물었다. 그 정도 영어는 할 줄 아니까. 그 직원은 29번 게이트라고 러시아식으로 발음하면서 티켓에 파란 볼펜으로 써주기까지 했다. 그러면 tnasit 창구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물론 여기서 여권을 확인하고 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이 한번 있긴 하지만, 아주 간단하게 끝난다. 안으로 들어서면 면세점들이 모여 있는 보딩 구역. 자기 게이트로 가서 보딩하면 된다. 이 모든 것에 걸린 시간은 대략 한시간쯤. 터미날 D는 새로 지어진 곳답게 아주 깨끗하고 무선 인터넷도 가능하다. 여기서 시간을 대충 보내다가 뮌헨행 비행기를 타면 오케이.
나는 뮌헨과 비엔나에서 각각 이틀씩 보내고 귀국했는데, 귀국할 때 모스크바에서의 환승은 갈 때와 좀 다르다. 물론 그다지 어려운 점은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저 지시판을 따라 그대로 움직이면 된다. 비엔나에서 모스크바까지는 아에로플로트로 약 세시간. 비행기는 내부 시설이 엉망이었다. 뮌헨으로 갈 때 탔던 비행기보다 형편이 더 안좋았다. 내 옆자리는 의자 한쪽이 약간 주저앉은 상태였는데, 그 자리에 앉아야 할 승객이 이에 항의하자 승무원은 담요를 갖다주면서 깔고 앉으라고 했다. 별로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었다. 아마도 그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라는 태도처럼 보였다. 어쨌든 그 남자는 담요를 깔고 앉으면서 연신 투덜거렸다. 그는 러시아 남자였다. 나는 비행기가 이륙한 후 담요를 덮고 잠을 청하려다가, '아이쿠!'하면서 다시 담요를 비닐 봉투에 구겨넣어야 했다. 심하게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청소를 안 한 홀아비방에서 나는 것과 똑같은 냄새였다.
세시간쯤 경과해 다시 모스크바 공항 터미널 F에 도착했다. 인천행 비행기를 갈아탈 곳도 역시 터미널 F였다. 이번에도 요령은 간단하다. 비행기에서 걸어나와 같은 층에 있는 transit 표시만 따라가면 된다. 이번에는 거리가 꽤 됐다. 아마 6~7분가량 걸었던 것 같다. 앞뒤에 러시아 사람들이 꽤 많이 눈에 띄어서, '혹시 러시아 국내선 환승인가' 하고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는데, 바로 그때 international이라는 표지가 나타나서 그대로 주욱 걸어갔다. 그러자 곧 transit 창구가 나타났다. 이번에도 창구는 두 개였다. 여권과 비행기 티켓 보여주고 간단하게 검색대 통과. 이번에도 역시 빠르게 끝났다. 검색대를 빠져나오자 곧바로 보딩 게이트 구역. 면세점들, 화장실, 카페테리아 등등이 눈에 들어온다.
보딩 구역에 들어오면 자기가 탈 비행기가 몇번 게이트에서 출발하는지를 미리 확인해두는 게 우선이다. 비엔나에서 받은 티켓에는 탑승시간과 좌석 번호만 기재돼 있고, 게이트 번호는 비어 있다. 가장 손쉬운 건 전광판에서 확인하는 거다. 그 전광판은 보딩 구역 곳곳에 비치돼 있는데, 비행기 편명과 목적지, 탑승시간, 게이트 번호 등을 거기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보읻 구역 안에 인포메이션 창구도 하나 있는데, 그 창구 앞에는 '게이트 번호는 제발 묻지 말아달라'고 진한 글씨로 씌여 있다.
터미널F는 지난번에 두시간 가량을 머물렀던 터미널D와 비교하자면 좁고 더러웠다. 하지만 아주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면세점들도 여럿 있고,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테리아도 7~8곳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곳에 눌러 살 것도 아니니, 서너 시간 정도는 충분히 버틸 만하다. 게다가 면세점과 카페테리아 점원들 중에는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미인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비흡연자들은 좀 고역일 것 같다. 터미널 F에는 칸막이가 된 흡연실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고, 그냥 곳곳에 흡연 구역 표시를 해놓고 커다란 재떨이를 비치해 두고 있었다. 그곳은 대개 화장실 입구였는데, 나같은 골초야 이게 왠 떡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담배를 안 피우거나 심지어 혐오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좀 고역일 듯 싶었다. 그런데 나는 시간을 떼우느라고 터미널F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재밌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새로 문을 연 터미널D까지 그냥 걸어서도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번에 뚱뚱한 아주머니의 지시와 안내를 받아가며 버스로 이동해야 했던 것은, 아마도 걸어서 가기에 좀 먼 거리여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만약 환승까지 시간적 여유가 많다면, 굳이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아무쪼록, 모스크바에서 비행기 갈아타고 유럽으로 나갔다가 돌아올 분들에게 이 정보가 약소하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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