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바흐부터 베토벤까지…삶과 역사의 맥락서 읽어낸 클래식
▲더 클래식…문학수 | 돌베개 | 360쪽 | 1만7000원
클래식 음악은 시기적으로 대략 17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300년 남짓한 시기에 만들어진 예술이다. 그 예술적 가치에 대해서는 이의의 여지가 없지만 상대적인 접근성에서는 대중음악에 크게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귀에 착 달라붙기에는 지나치게 형식이 복잡하고 연주 시간이 긴 데다 오랜 시간의 축적을 거친 만큼 ‘필수 레퍼토리’에 해당하는 곡들의 범위도 넓다.
영화나 드라마, TV 광고,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선율에 사로잡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적인 호기심이 생겨난 이들이라도 막상 클래식 음반 매장에 가면 길을 잃은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으로 꼽히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은 30종이 넘는 음반이 매장 진열대에 꽂혀 있다. 다른 곡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살림살이는 빠듯한데 음반은 산처럼 쌓여 있다. 어쩌라는 말인가.
이처럼 클래식 음악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최대한 자신의 클래식 음악 레퍼토리를 확장하려는 이들에게 유용한 책이 바로 ‘음반 가이드’에 해당하는 책들이다. 그러나 ‘필청 음반’의 목록만을 길게 나열하거나 과잉 수사로 클래식 음악의 위대함을 과장하는 책은 혼란과 오해만을 주기 십상이다.
경향신문에서 음악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더 클래식>에서 아름답지만 낯선 클래식 음악의 풍경을 독자들이 이해 가능하고 손닿는 범위 안으로 당겨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편지글 형식을 취하고 있는 문체는 친절하고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정보는 탄탄하다. 클래식 음악의 영토에 진입한 이들을 위해 음악의 성감대를 짚어내는 손길은 섬세하다. 저자는 전작 <아다지오 소스테누토>에서 “모든 음악은 개인과 당대를 품으면서 하나의 맥락을 형성한다”고 말했는데, 이 책에도 음악을 삶과 역사의 맥락 안에서 읽어내려는 인문주의자의 감수성이 열정적인 어조로 드러나 있다.
책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에서 시작해 비발디,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를 거쳐 베토벤의 ‘현악4중주 16번 F장조’에 이르기까지, 바로크 후기부터 낭만주의 초입에 해당하는 음악가들의 음악 중 가장 사랑받는 34곡을 뽑아 그 곡을 해설하고 각 곡의 악장별 감상 포인트를 정리했다. 음악가 개인의 기질과 내면, 당대 역사와 사회적 배경을 짚으면서 곡마다 담긴 사연을 써내려간다. 이어 한 곡당 3장의 추천 음반을 소개한다. 명반으로 정평이 난 기존 음반은 물론, 2000년대 녹음된 음반 중에서도 수작을 골랐다.
그러나 좋은 소설은 줄거리로 요약될 수 없듯 모든 음악은 언어의 설명을 넘어선다. 이 때문에 저자가 책에서 거듭 강조하는 게 있다. 직접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달에 두어 장 정도의 음반을 직접 사고, 그것을 애지중지 아껴가며 듣는 것이야말로 즐거움과 동행하는 길입니다. 그 행위 자체가 이미 ‘음악’입니다.”
총 101곡을 소개하는 세 권으로 계획된 시리즈의 첫 권인 이 책에 이어 슈베르트에서 브람스까지, 말러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 소개하는 2, 3권이 잇따라 나올 예정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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