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방랑의 시대, 낭만주의 음악을 듣고 싶다고요?
▲ 더 클래식 - 슈베르트에서 브람스까지
문학수 지음 | 돌베개 | 370쪽 | 1만7000원
음악사에서 19세기는 낭만주의의 시대다. 신에게 헌정하는 음악이나 귀족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음악이 아닌, 동시대 대중에게 직접 다가서는 음악이 유럽 도처에서 쏟아졌다. 오늘날 말하는 ‘예술 천재’의 개념도 이 시대의 산물이다. 음악가들은 그 어느 시대보다 높은 인기를 누렸으며, 이들의 음악은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더 클래식 둘>은 ‘어떤 곡, 어떤 음반’을 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클래식 팬을 위한 안내서 시리즈 중 두번째다. 슈베르트부터 브람스까지, 낭만주의 시대의 스타 작곡가들이 등장한다. 지난해 출간된 첫번째 권은 바흐부터 베토벤까지 고전주의 작곡가를 다뤘고, 올해 말 나올 예정인 마지막 권은 말러 이후 20세기 음악을 소개한다.
독일의 시인 노발리스는 “이 세계는 낭만화되어야 한다”는 말로 낭만주의의 핵심을 표현했다. 200년 전 시인의 말은 지금으로선 시대착오적으로 들릴지 모른다. 오직 실리를 추구해야 가까스로 생존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낭만은 몽상, 현실 도피에 가까운 뉘앙스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19세기의 여러 예술 분야 중에서도 낭만주의의 고갱이를 간직한 것은 음악이며, 지금이야말로 음악을 통해 다시 낭만을 떠올려야 할 때라고 말한다. 저자는 “한 곡의 음악을 듣고 감동한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예술성을 다시 발견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라고 적었다. 음악을 듣고 예술을 느낀다는 것은 인간, 자연, 삶을 아름다운 전체로 만드는 과정이다.
낭만주의의 핵심은 ‘방랑’이고, 슈베르트는 방랑의 대변자였다. ‘겨울나그네’ ‘방랑자 환상곡’은 모두 방랑을 표현한 작품이다. 저자는 슈베르트 음악의 가사는 물론, 음악적 형식까지도 방랑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슈베르트는 “제자리를 빙빙 돌면서 이리저리 부유”하는 모습을 반복되는 피아노 악구와 화성으로 나타냈다.
슈만에겐 마음의 병이 있었다. 조울증을 앓았던 그는 폭풍 같은 에너지로 작곡한 해, 완전한 무기력에 빠져 음표 하나 적지 못한 해를 번갈아 보냈다. 슈만은 1840년 한 해에만 140곡의 가곡을 써냈다.
저자가 19세기 작곡가들의 기행, 천재성에만 주목하는 건 아니다. 사람과 작품은 어디까지나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쇼팽의 곡은 대부분 피아노 독주곡이었는데, 이 역시 당대의 물질적 토대 위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피아노는 개량과 발전을 거듭해 연주하기 쉬우면서도 음량이 풍부해졌다.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지들은 집에 피아노를 들여놓기 시작했다. 당대 작곡가들은 아마추어 연주자를 위한 짧고 아름다운 곡들을 써냈다. 쇼팽 역시 이 대열에 합류해 가장 큰 성취를 이룬 작곡가였다. 곡마다 3장의 추천 음반을 소개했다. 연주의 장단점과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지 여부까지 알려줘 실질적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돕는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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