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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시민이여, 시장에 빼앗긴 권력을 되찾아오라 경제학의 배신…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북돋움 “저주로다. 광인이 맹인을 이끄는구나.” 셰익스피어의 에 등장하는 대사다. 시장만능주의가 세상을 뒤덮은 통제 불능의 시대를 이만큼 적절하게 비유하는 언어도 별로 없을 성싶다. 책의 저자인 라즈 파텔은 그 광인의 한 명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의장으로 19년이나 재임한 앨런 그린스펀을 지목한다. 저자는 열렬한 자유시장 옹호자이자 세계경제의 입법자로 군림해온 그가 “미국 자유주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에인 랜드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한다. 랜드는 한국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1982년 타계 이후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잃지 않는 미국 작가다. 특히 그녀가 1957년 발표한 이 그렇다. 이 대하소설은 재계 거물들이 정부 관리와 노동조합 지도자들이라는 ‘사회악.. 더보기
미국 대학은 세계 최고…그 허구를 벗긴다 ▲대학이 말해주지 않는 그들만의 진실 데버러 L. 로드 지음·윤재원 옮김 | 알마 | 350쪽 | 1만6000원 적어도 겉에서 보자면, 오늘날 미국의 대학들은 역사상 최고의 번영기를 구가하고 있다. 전 하버드대 총장인 데릭 복은 “연구조사의 역량, 전문교육의 질, 교육프로그램 혁신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자평한다. 런던타임스에 게재된 조사결과에 따르자면, 세계 최상위 10개 대학 중 7개가 미국 대학이다. 75년 전 미국에서 학사 학위 보유자는 25명 중 1명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역사상 가장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상황”이다. 대학교수들의 만족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 총체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90%에 가까운 교수들이 만족한다고 답변”했으며, “다시 기회가 주어.. 더보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체르노빌... 103명의 증언' 예상했던 것처럼, 이 책을 소개한 주요 언론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후쿠시마 사태 직후의 한국 언론들은 진보와 보수에 상관없이 원전 관련 기사를 쏟아냈었는데, 어느덧 그 '장사'가 수명을 다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을 낸 출판사는 운이 없다. 두달쯤 전에만 출간했더라도 꽤 화제가 됐을 텐데, 애석하게도 사주를 잘못 타고 세상에 나온 셈이다. 기사를 쓰기 전, 저자와 관련한 몇가지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출판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내 전화를 받고는 대여섯 시간 후에 책의 저자인 63세의 여기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와 관련한 내용들을 e메일로 보내왔다. 기사에는 그 내용을 일일히 다 소개하지 못했으니, 블로그에라도 올려놓는 게 좋을 성싶다. 알렉시예비치는 한국에.. 더보기
원전을 멈춰라... 히로세 다카시 지난주 경향신문 문화부 테이블에 놓인 책 가운데, 내 눈길을 가장 끌었던 것은 일본의 반핵운동 저널리스트인 히로세 다카시 선생(사진)의 책 였다. 구소련 체르노빌 사태 직후에 쓰여진 이 책은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저자의 진정성 있는 고발, 아울러 일본 후쿠시마에서도 언젠가 체르노빌과 같은 대형 참사가 일어나고 말 것이라는 '이성적 예언'을 펼쳐놓는다. 특히 그 참사가 지진이나 해일로 인해 빚어질 것이라는 구체적 예견은 소름을 돋게 할 정도다. 그에 따르면 원전 사고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개연성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언젠가 반드시 다가올 재앙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다음 타자는 과연 누구일까? 생각만으로도 두렵다. 의 원제는 다. 최근의 원전 사태를 맞아 20년 전에 국내에서 출간됐던 책을 다시.. 더보기
레너드 번스타인... 매카시의 그물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지휘자 1951년 3월, 이스라엘필하모닉과의 연주회가 끝난 후, 뉴욕 카네기홀 그린 룸(Green Room)에서 여동생 셜리(Shirley)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레니는 카메라를 적잖이 의식한 채 담뱃불을 멋지게 당기고 있다. 꽤 여유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무렵, 그의 속은 바짝 타들어가고 있었다. 마녀사냥의 선봉에 섰던 , 같은 매체들은 이미 한 해 전부터 그를 '위험한 빨갱이', '불순분자'로 낙인찍어 리스트에 올렸다. 사진과 같은 해의 5월16일, 레니는 셜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반미활동 조사위원회'에 자신이 곧 소환돼 조사받을 것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털어놓고 있다. 좌파로 찍힌 데다 동성애 성향까지 알려져 있던 터라, 더욱 전전긍긍했을 것이다. 다행히(?) 레니는 송환.. 더보기
아도르노, <한줌의 도덕>..."전체는 허위다"  피아노 치는 아도르노.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쇤베르크의 제자였다. 베베른과 함께 작곡을 공부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보자면, 그의 저서 은 '빈악파'의 일원으로서 미학적 견해를 표출했던 저작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하게도 그는 무조음악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가 보기에 음악에서의 '조성'이란, 개인을 억압하는 전체성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조성은 인간의 '본성'에 내재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강제된 '관행'일 뿐이며, 쇤베르크로부터 발원한 무조음악이야말로 그 관습에 도전하는 일종의 저항이었다는 것이 아도르노의 견해다. 아래 박스는 경향신문 토요일자에 새로 만든 '에디터의 책꽂이' 코너에 첫번째로 썼던 글. 보다 조금 앞서 집필했던 을 주마간산으로 소개한 10매짜리 원고다. [에디터의 책꽂이]“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