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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 교향시 3번 <전주곡>(Les Preludes) 작가 안데르센(1805~1875)은 30대 중반에 긴 여행길에 오릅니다. 1840년 10월 31일,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출발했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 그리스를 거쳐 중동 지역까지 건너가지요. 이후에 오스트리아 빈을 통해 덴마크로 다시 돌아오는 여정이었습니다. 약 9개월이 걸렸다고 하지요. 그는 당시의 여행에서 겪은 일들과 보고 들은 것들을 2년 뒤에 책으로 펴냈습니다. 『시인의 시장』(En Digter Bazar)이라는 여행기입니다. 그 책의 초판 속표지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우리 함께 상상 속의 시장을 돌아다녀 보자 / 그 풍요로움을 내가 보여줄 테니 / 코펜하겐에서 동방까지 /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그 아치 주랑들을’ 어떤가요? 책을 내놓고 홍보하는 카피라고 해야겠지요? 안데르센이 살았.. 더보기
더 클래식 - 바흐에서 베토벤까지 [책과 삶]바흐부터 베토벤까지…삶과 역사의 맥락서 읽어낸 클래식 기사입력 2014-05-23 21:00 ▲더 클래식…문학수 | 돌베개 | 360쪽 | 1만7000원 클래식 음악은 시기적으로 대략 17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300년 남짓한 시기에 만들어진 예술이다. 그 예술적 가치에 대해서는 이의의 여지가 없지만 상대적인 접근성에서는 대중음악에 크게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귀에 착 달라붙기에는 지나치게 형식이 복잡하고 연주 시간이 긴 데다 오랜 시간의 축적을 거친 만큼 ‘필수 레퍼토리’에 해당하는 곡들의 범위도 넓다. 영화나 드라마, TV 광고,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선율에 사로잡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적인 호기심이 생겨난 이들이라도 막상 클래식 음반 매장에 가면 길을 잃은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더보기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 어느 인문주의자의 클래식 읽기 [책과 삶]모차르트의 고단함과 바그너의 뜨거움 기사입력 2013-03-01 19:33 ㆍ‘음악의 생애’ 읽어낸 인문학으로의 음악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문학수 지음 | 돌베개 | 384쪽 | 1만8000원 음악을 하거나 듣기 위해서는 음악만 알면 되는 걸까. 얼핏 생각하면 그런 것 같다. 음악가는 좋은 연주를 하면 되고, 청취자는 열심히 들으면 된다. 음악 바깥에 무엇이 있는가. 실제로 “단지 음악을 했을 뿐”이라고 답한 이가 있었다. 베를린 필의 리더였으며 아마도 20세기 대중에게 가장 유명한 지휘자였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었다. 자발적으로 나치에 입당해 성공가도를 달렸던 그는 전쟁 이후 자신을 심문한 미군 장교에게 그렇게 말했다. 미군 장교는 카라얀에 대해 “오로지 음악만이 중요한 광신자”라고 적었다.. 더보기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Symphonie Fantastique) 1804년에 황제로 즉위한 나폴레옹은 유럽 곳곳을 정복했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을 멸망시키고(1806) 스페인을 속국으로 만들고(1807) 합스부르크 왕가의 본거지인 오스트리아를 1809년에 굴복시켰습니다. 잇따른 승리에 도취해 영국, 러시아와 또 한판의 전쟁을 벌이지요. 하지만 이 지점부터 나폴레옹의 몰락이 시작됩니다. 광활한 러시아를 정복하는 데 실패한 데 이어 막강한 경제력을 자랑했던 영국과의 전쟁에서도 패배하지요. 결국 그는 1814년 4월에 지중해의 작은 섬 엘바로 유폐됩니다. 베를리오즈 [출처: 위키피디아] 나폴레옹의 유럽 정복은 좌절됐지만 당시 유럽 사회에 남긴 영향은 거대했습니다. 프랑스혁명의 이념이 유럽 곳곳으로 전파된 것이지요. 그래서 나폴레옹의 실각 이후의 ‘빈 체제’는 불안할 수밖에 없.. 더보기
미친 세상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3년 전에 썼던 기사다. 오늘, 다시 생각한다. [책과 삶]풀뿌리 민주주의 만들고 있는 ‘시민 영웅들’ ▲미친 세상에 저항하기…에이미 굿맨·데이비드 굿맨 | 마티 미국의 진보적 독립언론인 ‘데모크라시 나우!’의 창립자이자 진행자인 에이미 굿맨(54)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평범한 시민들”의 저항을 취재해 담아냈다. “용기와 신념을 갖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만들고 있는 평범한 영웅들이 “장기적이고 진정한 변화”를 일궈나가는 이야기라고 저자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2006년 8월 아랍 출신의 미국인 건축가 라에드 지라르는 케네디 공항에서 보안요원들에게 탑승을 제지당했다. 문제는 그의 티셔츠였다. 거기에는 영어와 아랍어로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보안요원들은 그 셔츠를 벗기고 ‘뉴.. 더보기
말러, 교향곡 2번 '부활'('Auferstehung','Resurrection')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합니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어트는 (The Wasteland)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하지만 지금 이 땅의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슴을 억누르는 이 무거운 감정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하나는 슬픔이고, 또 하나는 분함입니다. 지금 우리는 슬프고 분합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와 싸우다 숨을 거뒀을 어린 생명들을 생각하노라면 참담한 슬픔이 몰려옵니다. 살릴 수 있었던 아이들을 아직까지 한 명도 구해내지 못한 국가 권력의 무능과 무책임을 생각하면 분하고 억울합니다. 지난주에는 황망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이 컬럼.. 더보기
멘델스존, 무언가(Lieder ohne Worte) 펠릭스 멘델스존(Jok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년~1847년 지난 회에 슈만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교향곡 ‘봄’이었지요. 그러니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멘델스존이 떠오릅니다.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이 두 명의 음악가는 동료이자 친구였지요. 아주 절친했습니다. 나이도 거의 비슷합니다. 멘델스존이 1809년생, 슈만이 1810년생이지요. 제가 이미 설명했듯이 슈만은 작곡가뿐 아니라 음악비평가로도 활약이 대단했는데요, 그는 ‘다비드동맹’이라는 가상의 단체를 설정해놓고 그 단체의 회원들이 토론을 펼치는 방식으로 음악비평을 쓰곤 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였지요. 그런데 슈만이 그 비평 속에서 ‘음악적 동지’로 묘사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멘델스존입니다. 자신의 .. 더보기
슈만, 교향곡 1번 ‘봄’ 슈만, 교향곡 1번 B플랫장조 op.38 ‘봄’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 [출처: 위키피디아] 어린 시절의 슈만은 문학적 재능이 빼어났던 소년이었습니다. 15살에 자서전을 쓰기도 했고, 김나지움 마지막 학년(우리로 치면 고등학교 3학년이겠지요)에는 ‘시와 음악의 밀접성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학적 재능은 아마도 부친에게서 이어진 것으로 유추됩니다. 아버지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1773~1826)는 슈만의 고향인 츠비카우에서 서점을 운영하면서 출판업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번역가로도 활동했지요. 외국의 시인들, 예컨대 영국 시인 바이런의 작품을 번역해 독일에 소개하는 일 같은 것을 했습니다. 1810년에 다섯 형제의 막내로 태어난 슈만은 늦둥.. 더보기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e단조 혹시 당타이손(Dang Thai Son)이라는 피아니스트를 아시는지요? 베트남 출신인데 국적은 캐나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980년에 우승해 화제로 떠올랐던 인물이지요. 왜 화제였는고 하니, 1927년 막을 올린 이 국제 콩쿠르에서 아시아인으로는 당타이손이 최초의 우승자였기 때문입니다. 쇼팽의 고향인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5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이 콩쿠르가 명피아니스트들의 산실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지요. 당타이손 직전에(1975년) 우승했던 피아니스트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직후에(1985년) 우승했던 피아니스트는 스타니슬라프 부닌입니다. 1960년대에는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 같은 피아니스트들이 이 콩쿠르에서 우승했.. 더보기
슈베르트, 피아노5중주 A장조 D.667 ‘송어’(Trout) 독일에 노발리스(Novalis, 1772~1801)라는 시인이 있었습니다. 물론 소설도 썼지만 그래도 ‘시인’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초기 낭만주의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인데요, 폐병을 앓다가 스물아홉 살에 요절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양반의 작품을 그닥 읽지 못했습니다. 청년 시절에 소설가 이병주 선생(1921~1992)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던 독일의 문학가입니다. ‘아, 이런 시인도 있구나’라는 정도로 건성 스쳐지나갔습니다. 한데 몇해 전에 국내에서 번역돼 나온 독일의 철학자 프레데릭 바이저의 책 를 읽다가 다시 이 시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세계를 낭만화하라”는 말, 정확히 옮기자면 “이 세계는 낭만화되어야 한다(Die Welt mu..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