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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연극인

연출가 박근형, "연극에 풍자는 당연… 쓰라린 시대, 시원한 때도 있어야”

나는 연출가 박근형을 좋아한다. 때로는 존경스럽기도 하다. 그 이유를 열거해보자면 이런 것들이다. 연극을 향한 순수한 열정, 작품이 잘 안 풀릴 때 그가 짓는 초초^난감한 표정, 밑바닥에서 시작해 오늘의 박근형을 이뤄낸 뚝심, 작은 몸집 어딘가에 단단히 또아리를 틀고 있는 배짱, 허름한 옷차림, 약간 어리버리해 보이는 촌놈 표정...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만드는 연극에 대한 공감 때문이다.   

 

박근형을 처음 만난 건 대략 10년 전쯤이다. 그는 첫대면에서부터 "한잔 하면서 얘기하죠?"라고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술집으로 사람을 끌고 간다. 하지만 나는 적당히 둘러대면서 번번히 그와의 대작을 피했으니 공연히 미안할 뿐이다. 하여튼 그는 처음 만난 10년 전에 "앞으로 형이라고 불러도 되겠죠?"라고 했는데, 별로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 술에서 깨어나 생각해보니 '형'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올해 초에 만났을 때도 그는 대뜸 "요 앞에 술집으로 가시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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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 풍자가 존재하는 건 당연… 쓰라린 시대, 시원한 때도 있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