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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음악가

내가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강충모

추석 연휴 마지막날이다. 오후 4시경 숙명여대 이혜전 교수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그의 부군인 피아니스트 강충모 교수(한예종)가 줄리어드 음대 교수로 확정됐다는 것. 미국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대신해 소식을 전한다는 것. 

기쁜 일이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피아니스트 강충모이기 때문에, 나 역시 기쁘다. 언론 플레이에 젬병인, 인간적이고 겸손한 피아니스트. 무지하게 연습하는 사람. 남의 제자를 칭찬하면서, 자기 제자 자랑은 감추는 사람. 음악계 장삿꾼들의 꼼수, 불성실한 연주자들의 엉터리 연주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 

나보다 한살 많은, 마이 프렌드 강충모. 


피아니스트 강충모 “클래식의 대중화? 그건 난센스”

기사입력 2008-11-09 17:37
 

피아니스트
강충모(48·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참 ‘미련한’ 사람이다. 서울이 월드컵 열기로 한창 뜨겁던 2002년 초여름, 그는 바흐의 피아노 음악을 암보(暗譜)로 연주하고 있었다. 그때 그는 바흐의 느리고 차분한 음악을 연주하면서 “월드컵도 중요하지만 나같은 사람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었다.


 

그의 고집스러운 행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바흐 전곡 연주’를 펼친 그는, 곧바로 해설과 연주를 병행하는 ‘렉처 콘서트’를 시작했다. 이 또한 5년 계획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이달 15일에 마침내 마지막 방점을 찍는다. 6일 서초동에서 만난 강충모는 “이제 좀 지쳤다. 앞으로 4~5년 연주를 쉬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가지 문제를 풀어보려고 렉처 콘서트를 시작했지요. 피아노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악보만 들여다보는 게 답답했어요. 음악은 오선지 속에만 들어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작곡가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해야 하고, 왜 그 곡을 작곡했는가, 담겨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등등, 악보의 이면(裏面)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죠. 또 하나의 동기는 ‘클래식 대중화’라는 구호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죠. 제가 9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당시 한창 인기있던 <열린 음악회>를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클래식을 ‘대중화’한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 아닙니까? 대중화라는 말만 앞세우면서, 오히려 사람들을 클래식에서 점점 멀어지게 만드는 방식이죠.”

그는 “한국의 음악문화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외국 연주자들이 내한해 한국 청중을 우습게 보는 연주를 펼치는 걸 심심찮게 본다”면서 “그 무성의한 연주를 지켜보노라면 같은 연주자로서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또 “허명(虛名)뿐인 연주에 청중이 열렬히 기립박수를 치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고도 했다.

“제가 한창 바흐를 연주하고 있을 때, 외국의 유명한 피아니스트 한 분이 내한했어요. 저도 그 콘서트에 갔었지요. 그 사람이 연주할 곡도 바흐였거든요.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이었어요. 상당히 기대를 하고 갔었는데, 연주가 아주 무성의한 겁니다. 심지어 펼쳐놓은 악보를 군데군데 건너뛰면서, 그야말로 ‘대충’ 하더라고요. 한국 청중을 너무 ‘쉽게’ 본 거죠. 또 어떤 연주회에서는 중간에 그냥 나와버린 적도 있어요.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 문제 많았던 연주에 청중이 열광하더라고요.”

한국의 연주회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일부 청중의 키치(Kitsch)적 태도. 강충모는 신분이나 교양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음악회장을 찾아오는, 속물적인 ‘문화 귀족’들에게도 일침을 놨다. 그는 “입장료가 비싼 연주회일수록 그런 청중이 많다”며 “콘서트홀이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사교장으로 변질돼선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연주자를 꿈꾸는 후학들에게는 ‘해석의 깊이’를, 콘서트홀을 찾는 청중에겐 음악에 대한 ‘이해와 견해’를 갖게 해주고 싶어서 5년간 렉처 콘서트를 이끌어왔다는 강충모. 그는 ‘인투 더 클래식’이라고 이름붙인 이 장기
프로젝트를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감하면서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한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중에서 대곡(大曲)으로 꼽히는 ‘21번 B플랫장조 D.960’, 베토벤 후기의 초탈한 음악성을 대변하는 ‘소나타 32번 c단조’, 쇼팽이 작곡한 3곡의 소나타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3번 b단조’ 등이다. 3곡의 공통점은 세 작곡가의 마지막 소나타라는 점. 그래서 연주회 이름도 ‘마지막 소나타’로 붙였다. 특히 베토벤의 소나타 32번은 강충모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이라며 애착을 표하는 곡이다.

그는 “죽을 때 가져가고 싶은 음악이 있는가?”라는 마지막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있다”고 답했다. “어떤 곡이냐?”고 묻자, “베토벤의 32번, 말러의 ‘대지의 노래’,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의 2악장”이라고 답했다.

<글·문학수 선임기자 | 사진·서성일기자 sachimo@kyunghyang.com>




[한국을 이끌 60인] 6. 피아니스트 강충모 교수


[한국을 이끌 60인] 강충모의 ‘클래식 생각’

기사입력 2006-02-12 17:26 | 최종수정 2006-02-12 17:26

-한국의 클래식 음악가들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왜 그런가?
“음악은 근본적으로 자아 도취에서 출발한다. 음악인들이 자기중심적 사고에 익숙하고 주변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음악을 깊이 공부하다 보면 또 다른 해답을 얻게 된다. 음악은 결국 사회와 인간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위대한 음악적 모티브는 대부분 역사의 한 장면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크로스오버나 퓨전에 대한 생각은?
“난 거부감을 느낀다. 취지나 정체성이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음악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상업주의의 소산이다. 난 가요도 좋아하고 재즈도 좋아한다. 하지만 모차르트 소나타를 재즈로 연주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요즘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음악적 이해도와 열정은?
“인터넷이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많이 미친다. 너무 쉽게 답을 얻으니까. 스스로 고민해서 해답을 찾아가는 훈련이 무척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해석의 깊이가 떨어진다. ‘이 부분에서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서 연주해라’라고 주문하면 이해를 잘 못한다. ‘작게 쳐요, 크게 쳐요?’라고 되묻는다. 답답한 노릇이다.”

-앞으로 기대되는 젊은 연주자로 누굴 꼽을 만한가?
“피아니스트로는 쇼팽 콩쿠르를 통해 널리 알려진 임동민·동혁 형제와 손열음을 역시 꼽아야겠다. 바이올린에서는 권혁주, 신현수, 신아라가 많이 기대된다. 첼로에는 강승민이 있다. 아, 첼로에서 고봉인도 빼놓을 수 없는 재목이다.”

〈문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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