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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c단조 op.13 ‘비창’ “나는 베토벤과 영원히 함께 살아갈 것이다.”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82)이 40대 시절에 어떤 인터뷰에서 했던 말입니다. 당시의 브렌델은 이미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완주한 뒤였습니다. 그래서 음반회사와 하이든의 소나타를 차기작으로 녹음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 피아니스트에게 최고의 음악은 언제나 베토벤이었나 봅니다. 브렌델은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충 말하는 사람이 아니지요.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합니다. “나는 지금 40대이지만 아직도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중략) 나는 언제나 베토벤의 작품에서 새로운 신비를 발견하며, 이러한 발견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 내가 만약 베토벤의 총체성을 성취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처럼 슬픈 일도 없을 것 .. 더보기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말년의 모차르트, 그래봤자 30대 초반이 조금 넘은 모차르트가 각별히 관심을 가졌던 악기로 클라리넷을 빼놓을 수 없다는 이야기는 지난번에 했습니다. 그가 왜 클라리넷을 사랑하게 됐고, 그래서 무슨 곡을 작곡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6월 3일자 에 게재돼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악기의 개량과 발전에 영향을 받았고, 개인적으로는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안톤 슈타틀러(1753~1812)와의 우정이 계기였다는 내용을 전해 드렸습니다. 잠시 클릭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가 클라리넷을 위해 남긴, 아울러 자신의 “좋은 친구”였던 슈타틀러를 위해 작곡한 또 하나의 걸작 를 듣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곡은 한 편의 영화 때문에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엘비라 마디간’이라는 별명으.. 더보기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E플랫장조 시원한 음악이 필요한 때입니다. 뭐가 있을까요? 일단 떠오르는 곡이 드보르작의 교향곡 8번입니다. ‘신세계로부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교향곡 9번보다 유명세는 덜하지만, 4악장에서 터져 나오는 트럼펫 연주가 분수의 물줄기처럼 시원합니다. 하지만 이 곡은 다음에 듣겠습니다. 당분간 바흐에서 베토벤까지의 음악에 주로 집중할 계획입니다. 하이든(Joseph Haydn) [출처: 위키피디아] 오늘 고른 음악은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E플랫장조’입니다. 역시 트럼펫 음악입니다. 이 곡은 하이든의 다음 세대 작곡가인 요한 네포무크 훔멜(Hummel, 1778~1837년)의 곡과 더불어 트럼펫 협주곡의 대표적인 걸작으로 손꼽힙니다. 하이든의 곡이 독주 파트에서 고음역이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에 비해, 훔멜의 곡은 저.. 더보기
헨델, 수상음악(Water Music) HWV 348~350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바로크 시대를 수놓았던 세 명의 거장이 동갑내기입니다. 바로 바흐와 헨델, 그리고 이탈리아 태생의 하프시코드 명인이었던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입니다. 세 명은 모두 1685년에 태어났습니다. 바흐는 평생 독일을 떠나지 않았지만, 알려져 있다시피 헨델은 20대 중반에 런던에 정착해 40대 초반이었던 1727년에 아예 영국인으로 귀화했지요. 나폴리에서 태어난 스카를라티는 로마에서 활약하다가 포르투갈 리스본의 궁정 하프시코드 연주자이자 공주의 음악선생으로 살았습니다. 훗날 그 공주가 스페인의 페르디난드 4세와 결혼해 왕비가 되자 자신도 스페인 궁정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결국 마드리드에서 타계하지요. 에 바흐는 여러 차례 등장했습니다. 한데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1685~1759)은 아직 얼굴.. 더보기
베토벤, 교향곡 9번 d단조 op.125 '합창' 철학자 에릭 호퍼(1902∼1983)를 아시는지요? ‘길 위의 철학자’로 불렸던 미국의 인문학자입니다. 학교라고는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던, 그야말로 독학의 철학자입니다. 그에게 학교란 다름 아닌 ‘책’이었지요. 부두노동자, 벌목꾼 등으로 일하면서 읽고 썼습니다. 이 정도는 돼야 ‘무학의 통찰’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겁니다. 철학자로 명성을 얻었던 계기는 1951년 펴냈던 (The true believer)이라는 저서였지요. 당시의 세계는 2차 세계대전과 나치즘의 충격을 채 지우지 못하고 있었고 미국과 소련을 주축으로 냉전 체제가 막 형성되고 있던 차였습니다. 쉰 살의 부두노동자였던 호퍼는 이 책으로 단숨에 명성을 얻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광신적 기독교 신자, 광신적 이슬람교 신자, 광신적 민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