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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존재의 가려움

편히 가세요.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1989년, 마포 언덕배기의 작은 아파트. 그때부터 셈하니 어느새 27년이다. 스물아홉 살 청년은 어느새 50대 중반이 됐고, 선생은 향년 75세로 영영 떠나셨다. 새삼 돌이켜보자니, 불편만 끼쳐드리고 은혜만 입었다. 노상 받기만 했을 뿐 해드린 게 없으니 그저 죄송하고 또 죄송할 뿐이다. 함께 나눴던 기억들이 자꾸 떠올라 마음은 상처입은 듯 아리고 눈앞은 계속 침침해 사물이 어릿어릿하다. 십수일째 곡기 끊으신 채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그렇게 영면을 준비하셨을 시간에 찾아뵙고 손 한번 마주잡지 못했으니, 이 또한 두고두고 죄스러움으로 남고 말았다. 스물일곱 해 동안 주신 은혜와 마음의 빚, 함께 나눈 모든 추억들, 가슴 깊이 꾹꾹 눌러 묻는다. 2016년 1월 18일, 은사 .. 더보기
리영희 선생 타계... 슬프다 리영희 선생이 돌아가셨다. 오늘 새벽 0시 40분 눈을 감으셨다. 29년생이시다. 지난달 15일 세상 떠난 울 아버지와 동갑이시다. 리선생은 평북 운산, 울 아버지는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디아스포라였다. 이래저래 켜켜이 마음이 아프다. 난 선생을 2004년 1월 인터뷰했었다. 며칠 전 전화를 미리 드렸더니 "난 지금 손도 벌벌 떨고 말도 잘 못해"하시며 "오지마, 오지마" 만류하셨다. "그래도 가겠습니다"라며 끝내 졸라서, 마지못해 승락하신 인터뷰였다. "경향신문이 나한테 몇년째 신문을 공짜로 넣어주고 있으니, 그 답례로 생각하라"며 어렵게 인터뷰를 승락하셨다. 그때도 선생의 육신은 이미 고통 자체였다. 2000년 중풍을 맞으셨으니, 성치 않은 몸으로 10년을 버티신 셈이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와 동.. 더보기
모스크바 공항에서 환승하기 10월 8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했다. 최종 목적지는 독일 뮌헨. 모스크바에서 세시간을 기다려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모스크바까지 가는 비행기는 대한항공이었고, 모스크바에서 뮌헨까지는 아에로플로트. 기내 시설 및 서비스 문제 등등, 여러가지 악평이 따라다니는 비행기였다. 여기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앞으로도 나처럼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할 사람들이 아주 많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최근에 모스크바 공항은 기존의 F터미널 외에 새로 지은 D터미널을 오픈했기 때문에, 다녀온 사람의 경험담이 다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일단 인천에서 모스크바까지는 대한항공 편으로 비교적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승무원들은 친절하고 기내식도 퀄리티가 좋다. 성능 좋은 TV 모니터도 좌석마다 개별적으로 설치돼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