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만난 음악가

지휘자 성시연, 넉넉한 미소 속에 숨은 차돌같은 자의식 지휘자 성시연과 지금까지 세번 만났다. 일단, 눈과 입을 전부 사용하는 큼직한 미소가 보기 좋은 친구다. 야무지지만 차갑지 않다. 누구 앞에서라도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피력하는, 그러면서도 겸손하게 예의를 차릴 줄 아는 사람이다. 게다가 난 그가 독일의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공부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음악밖에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넓은 시야와 안목을 갖춘 지휘자다. 물론 그의 연주회를 몇차례 대면하면서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케스트라를 완벽하게 장악해 고도의 집중력을 끌어내는 카리스마, 아울러 관객의 눈과 귀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당기는 에너지는 아직 좀 아쉽다. 하지만 이제 그는 30대 중반이다. 성시연에게는 분명 또 한번의 점프가 남아 있다. 아마도 그는 차곡차곡 .. 더보기
내가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강충모 추석 연휴 마지막날이다. 오후 4시경 숙명여대 이혜전 교수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그의 부군인 피아니스트 강충모 교수(한예종)가 줄리어드 음대 교수로 확정됐다는 것. 미국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대신해 소식을 전한다는 것. 기쁜 일이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피아니스트 강충모이기 때문에, 나 역시 기쁘다. 언론 플레이에 젬병인, 인간적이고 겸손한 피아니스트. 무지하게 연습하는 사람. 남의 제자를 칭찬하면서, 자기 제자 자랑은 감추는 사람. 음악계 장삿꾼들의 꼼수, 불성실한 연주자들의 엉터리 연주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 나보다 한살 많은, 마이 프렌드 강충모. 피아니스트 강충모 “클래식의 대중화? 그건 난센스” 기사입력 2008-11-09 17:37 피아니스트 강충모(48·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참.. 더보기
피아니스트 이경숙... 모차르트 또 모차르트 전화 통화는 몇번 한 적이 있지만, 이경숙 선생과 직접 만난 건 처음이다. 호암아트홀의 착한 다미가 이선생이 모차르트 전곡 연주회를 내리닫이로 때린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흠...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나는 대학에서 정년 퇴임까지 한 이선생이 나흘만에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을 완주한다는 사실 자체에 일단 경외심을 느꼈다. 그래서 만났다. 하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뭐 그냥 피아니스트겠지... 혹시 좀 피곤한 사람은 아닐까... 등등. 그것은 '음악가 일반'에 대한 내 선입견 때문이었다. 까탈스럽고 자기밖에 모르는 깍쟁이들이라는 생각. 사실, 연주자들 가운데는 그런 사람들이 꽤 있기도 하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대면한 이선생, 참으로 시원시원하고 화통한 분이었다. 물론 그.. 더보기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네가 걸어온 길, 그리고 가야 할 길 수연이 얘기를 처음 들은 건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강옥순 선생에게서였다. 한 5년쯤 전이었다. 그때 강선생은 한길사라는 출판사의 주간이었는데, 그와 나는 대략 20년쯤 된 친구 사이다. 강선생은 참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다. 난 그가 땅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는 편이다. 나란 놈이 원체 그렇게 허술하기도 하거니와, 강선생의 성품이 워낙 올곧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데 어느날 그가 말했다. "독일에서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친구딸이 있는데, 아주 잘 한대. 문선생이 그애를 꼭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어."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나~ 처음엔 그런 생각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소위 '잘한다'는 녀석들이 어디 한둘인가? 음악기자 생활을 여러 해 하다보니, 별별 녀석들을 다 봤다. 한국에는 왜 이리 예술가들이, 혹은 예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