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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교향곡 2번 '부활'('Auferstehung','Resurrection')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합니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어트는 (The Wasteland)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하지만 지금 이 땅의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슴을 억누르는 이 무거운 감정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하나는 슬픔이고, 또 하나는 분함입니다. 지금 우리는 슬프고 분합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와 싸우다 숨을 거뒀을 어린 생명들을 생각하노라면 참담한 슬픔이 몰려옵니다. 살릴 수 있었던 아이들을 아직까지 한 명도 구해내지 못한 국가 권력의 무능과 무책임을 생각하면 분하고 억울합니다. 지난주에는 황망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이 컬럼.. 더보기
멘델스존, 무언가(Lieder ohne Worte) 펠릭스 멘델스존(Jok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년~1847년 지난 회에 슈만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교향곡 ‘봄’이었지요. 그러니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멘델스존이 떠오릅니다.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이 두 명의 음악가는 동료이자 친구였지요. 아주 절친했습니다. 나이도 거의 비슷합니다. 멘델스존이 1809년생, 슈만이 1810년생이지요. 제가 이미 설명했듯이 슈만은 작곡가뿐 아니라 음악비평가로도 활약이 대단했는데요, 그는 ‘다비드동맹’이라는 가상의 단체를 설정해놓고 그 단체의 회원들이 토론을 펼치는 방식으로 음악비평을 쓰곤 했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였지요. 그런데 슈만이 그 비평 속에서 ‘음악적 동지’로 묘사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멘델스존입니다. 자신의 .. 더보기
슈만, 교향곡 1번 ‘봄’ 슈만, 교향곡 1번 B플랫장조 op.38 ‘봄’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 [출처: 위키피디아] 어린 시절의 슈만은 문학적 재능이 빼어났던 소년이었습니다. 15살에 자서전을 쓰기도 했고, 김나지움 마지막 학년(우리로 치면 고등학교 3학년이겠지요)에는 ‘시와 음악의 밀접성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학적 재능은 아마도 부친에게서 이어진 것으로 유추됩니다. 아버지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1773~1826)는 슈만의 고향인 츠비카우에서 서점을 운영하면서 출판업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번역가로도 활동했지요. 외국의 시인들, 예컨대 영국 시인 바이런의 작품을 번역해 독일에 소개하는 일 같은 것을 했습니다. 1810년에 다섯 형제의 막내로 태어난 슈만은 늦둥.. 더보기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e단조 혹시 당타이손(Dang Thai Son)이라는 피아니스트를 아시는지요? 베트남 출신인데 국적은 캐나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980년에 우승해 화제로 떠올랐던 인물이지요. 왜 화제였는고 하니, 1927년 막을 올린 이 국제 콩쿠르에서 아시아인으로는 당타이손이 최초의 우승자였기 때문입니다. 쇼팽의 고향인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5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이 콩쿠르가 명피아니스트들의 산실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지요. 당타이손 직전에(1975년) 우승했던 피아니스트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직후에(1985년) 우승했던 피아니스트는 스타니슬라프 부닌입니다. 1960년대에는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 같은 피아니스트들이 이 콩쿠르에서 우승했.. 더보기
슈베르트, 피아노5중주 A장조 D.667 ‘송어’(Trout) 독일에 노발리스(Novalis, 1772~1801)라는 시인이 있었습니다. 물론 소설도 썼지만 그래도 ‘시인’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초기 낭만주의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인데요, 폐병을 앓다가 스물아홉 살에 요절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양반의 작품을 그닥 읽지 못했습니다. 청년 시절에 소설가 이병주 선생(1921~1992)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던 독일의 문학가입니다. ‘아, 이런 시인도 있구나’라는 정도로 건성 스쳐지나갔습니다. 한데 몇해 전에 국내에서 번역돼 나온 독일의 철학자 프레데릭 바이저의 책 를 읽다가 다시 이 시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세계를 낭만화하라”는 말, 정확히 옮기자면 “이 세계는 낭만화되어야 한다(Die Welt mu..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