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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교향곡 5번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5번 “언젠가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말은, 구스타프 말러의 어록 중에서도 오늘날 가장 많이 회자됩니다. 주지하다시피 그것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습니다. 말러가 네 살 아래의 슈트라우스를 처음 만났던 때는 1888년이었습니다. 스물여덟 살 때였지요. 성악가 요한나 리히테르를 향한 사랑이 실연으로 끝나고 첫번째 연가곡 를 작곡했던 것이 그로부터 4년 전, 이어서 그 연가곡의 선율을 모티브로 삼아 교향곡 1번 ‘거인’을 완성했던 해가 바로 1888년이었습니다. 당시 말러는 ‘바흐의 도시’로 유명한 라이프치히에서 카펠마이스터로 일하고 있었지요. 이 시기에 첫 대면한 두 청년은 독일 후기 낭만음악의 대명사로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더보기
드뷔시, 바다 - 관현악을 위한 3개의 교향적 소묘 드뷔시, 바다-관현악을 위한 3개의 교향적 소묘 일본의 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齋,1760~1849)의 채색목판화 ‘카나가와의 큰 파도’를 기억하는지요? 아주 유명한 그림입니다. 가츠시카는 후지산의 모습을 원경(遠景)으로 바라봤습니다. 바로 눈앞에서는 집채만한 파도가 사납게 으르렁대고 세 척의 배가 풍랑에 휩쓸려 흔들리고 있습니다. 배가 거의 뒤집힐 것 같은 급박한 상황입니다. 개미만한 크기로 묘사된 배 위의 사공들은 넋이 빠진 채 어쩔 줄 모릅니다. 그리고 멀리에서, 머리에 흰 눈을 얹은 후지산이 그 모든 상황을 점잖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화면 중앙의 오른쪽 아래, 그 난리법석인 상황에서도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후지산의 모습이 작게 묘사돼 있습니다. 마치 파도 위에 오연하게 떠 있는 한 조각 섬.. 더보기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b단조 Op.104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b단조 19세기를 관통하는 낭만시대는 음악의 보고입니다. 요즘 우리가 듣는 클래식 음악의 상당 부분이, 적어도 70% 이상이 이 시절에 세상에 태어난 음악들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꼭 들어봐야 할 멋진 곡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가득한 시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면의 한계 때문에 그 빛나는 음악들을 일일이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드보르작의 경우만 해도 그렇습니다. 앞서 그의 교향곡 9번을 들었지만 8번도 빼놓을 수 없는 걸작입니다. 특히 8번 G장조는 이른바 ‘클래식 비수기’로 불리는 여름철에 많이 연주되는 곡이지요. 음악이 시원하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푹푹 찌는 여름철은 클래식 음악을 듣기에 적기라고 볼 수는 없겠지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더보기
브람스, 네 개의 엄숙한 노래 Op.121 브람스가 쓴 가곡(Lied)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은 무엇일까요? 아마 다들 아시는 곡일 겁니다. 우리말로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하는 유명한 노래입니다. ‘잘 자라~ 내 아기~ 내 귀여운 아기, 아름다운 장미꽃 너를 둘러 피었네~’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곡이지요. 그렇습니다. ‘브람스의 자장가’로 불리는, 작품번호 49의 네번째 곡(Op.49-4)입니다. 브람스가 친구인 베르타 파버(Bertha Faber)에게 선물한 곡이지요. 파버는 여성 성악가입니다. 브람스는 1857년부터 약 3년간 고향인 함부르크에서 합창단을 지휘했는데, 파버는 바로 이 합창단 단원이었습니다. 세월이 약 10년쯤 흐른 1868년에 그녀가 둘째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 곡을 작곡해 선물했던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브람스는.. 더보기
드보르작, 교향곡 9번 e단조 ‘신세계로부터’ 예술가는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땅을 몸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 속에 알게 모르게 지역성(locality)을 내포하게 되지요. 예컨대 쇼팽이 그랬습니다. 물론 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폴란드적인 음악을 해야겠다고 특별히 마음을 먹었던 것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어떻습니까? 제가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는 책에서도 썼듯이 쇼팽의 음악에는 “조국 폴란드에서 체득한 육체성”이 꿈틀거립니다. 음악가들에게 이런 경우는 아주 흔합니다. 브람스의 음악이 보여주는 아다지오 템포의 두터운 선율은 그의 고향인 북독일의 항구도시 함부르크를 떠오르게 하고, 차이코프스키의 어두운 노랫가락은 러시아의 광산촌 보트킨스크의 구름낀 하늘을 연상시킵니다. 음악가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역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