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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과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ㆍ아쉬운 ‘금관의 부조화’… ‘노래의 힘’엔 감동 지휘자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말러 사이클의 첫발을 내디뎠다. 실황 녹음도 동시에 진행됐다. 후기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말러(1860~1911)는 번호가 붙지 않은 ‘대지의 노래’를 포함해 모두 10곡의 교향곡을 완성했고, 마지막 교향곡 10번을 미완으로 남긴 채 세상을 떴다. 서울시향은 번호가 붙은 10곡을 내년까지 모두 완주할 예정. 지난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인 2번 ‘부활’은 그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일단, 국내의 말러 애호가들이 이 연주를 지켜보기 위해 총출동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입장권은 두 달 전에 일찌감치 동났고 객석은 여느 연주회에서 보기 힘든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물론 말러의 교향곡 전곡을 선보이는 사.. 더보기
연극 '하얀 앵두'…따뜻한 유머, 공허한 뒷맛 연극평론가 김옥란은 극작가 배삼식을 일러 “유쾌한 소요유(逍遙遊)”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세상사의 악다구니와 무관하게, 느긋하고 자유스럽게 노닌다는 뜻일 테다. 김옥란은 이에 대해 “극적인 클라이맥스도, 꽉 짜인 플롯의 인과관계도 없다. 대신 깊이와 여백이 있다”고 부연한다. 그것은 이 극작가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적 관점과 태도에 대한 설명으로 보인다.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입각 내정자들의 청문회를 앞두고 세상이 온통 뒤숭숭한 와중에도, 배삼식의 연극은 여전히 따뜻하고 느긋한 유머를 선사한다. 등장인물은 모두 8명. 늙은 진돗개 ‘원백이’까지 셈한다면 9명의 캐릭터가 연극 속에서 저마다 역할을 선보이는데, 어느 누구도 무언가에 경도되거나 극단적인 색깔을 .. 더보기
연극 '가족오락관'…부조리한 현실, 재기발랄한 블랙코미디 극작가 이오진의 이 지난 19일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이제 갓 대학(한예종 연극원)을 졸업한 새내기 작가. 한데 기대해볼 만한 신예의 등장이다. 참신한 상상력, 재기발랄한 스토리 전개와 경쾌한 캐릭터가 무엇보다 눈에 띈다. 아울러 세상의 일그러진 구조에 대한 작가적 안목도 느껴진다. 놀이로서의 연극과 사회적 반영으로서의 연극. 이 신예는 그중에서도 재기발랄한 놀이 쪽에 좀더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개인과 가족의 문제를 사회적 앵글로 들여다보면서, 우리 시대에 연극이 어떤 자리를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지 않았다. 가족은 무엇인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정답으로서의 ‘가족’이 존재해왔던 게 사실이다. 책임감 강한 아버지와 예쁘고 상냥한 엄마는 바로 그 가족을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이.. 더보기
소프라노 홍혜경 리사이틀…담백한 슬픔의 노래 기사입력 2010-07-12 17:52 ‘아, 모든 것 이미 사라졌네. 사랑의 행복도 영원히. 내 마음 위로하는 환희의 시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구나.’ 소프라노 홍혜경이 모차르트의 에 등장하는 파미나의 아리아 ‘아, 가버린 사랑이여’의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간, 객석에는 어느새 고요한 슬픔이 번졌다. 오랜만에 맛보는 노래의 진경(眞境)이었다. 화려한 볼거리도 재치있는 쇼맨십도 없이 2시간 내내 담담하게 흘러간 공연이었지만, 관객의 환호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홍혜경은 아무 양념도 가미하지 않은 노래의 진미를 소담한 식탁에 차려냈고, 지난 2년간 자신이 겪었던 슬픔을 그 노래에 투영해 관객을 몰입시켰다. 암투병하던 남편을 하늘로 보내고 한동안 무대를 떠났던 홍혜경이 지난 8일 고양 아람누리에서 관객.. 더보기
연극 ‘프로즌 랜드’…엄혹한 현실, 즐거운 상상력 기사입력 2010-08-11 21:46 소극장에서 연극을 보는 묘미 가운데 하나는 ‘낯선 연극’을 만나는 것이다. 그것은 기존의 통념으로 해석하기 난감한 ‘이상한 연극’일 때도 있다. 그래서 객석에 앉은 관객은 때때로 불편하거나 지루하다. ‘대체 이게 뭔 소린가’라는 푸념도 나온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익숙하지 않아서 어딘가 불편한, 새로운 상상력과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소극장에 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대학로의 정보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사진)는 그런 점에서 볼 만한 연극이다. 84년째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이상한 나라에서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어느 가족의 파멸을 때로는 희화적으로, 때로는 비극적으로 그려낸다. 리얼리즘과 블랙 코미디가 뒤섞이면서 관객의 눈을 혼란스럽게 하는 측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