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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춘향’...에로티시즘의 앵글로 바라본 <춘향전> 영욱이형의 친구인 진성이형이 연극에 출연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배우가 되겠다는 그의 늦깎이 결심이 참으로 리얼하고 절절하다. 10년, 20년 후배들과 한데 어울려 지금까지 서너편쯤 연극을 한 모양이다. 이번에는 연극 에 성참판 역할로 나왔다. 그래서 나는 이 연극을 보게 됐다. '배우 이진성'에게 가장 돋보이는 건 어린 배우들보다 훨씬 노련하고 강렬한 눈빛이었다. (나는 눈빛이야말로 연기의 절반이라고 여긴다.) 게다가 능청스러움과 유연함도 느껴졌다. 그가 무대에서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역시 배우의 상상력에는 인생 짬밥이 요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찌 오래 살았다는 것만으로 저런 눈빛을 발산하겠는가? 그건 아마도 절실함에서 나오는 것일 테다. 비록 많이 늦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 더보기
지휘자 정명훈... 그는 과연 누구일까? 지휘자 정명훈을 몇차례 만났지만,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5년 10월 일본 도쿄의 오페라시티 빌딩에 자리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의 만남이었다. 당시 그는 도쿄필하모닉의 지휘자로 연주회를 막 끝낸 후였고, 그 자리는 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 자리였다. 정마에는 그날 일행 중에서 가장 술을 잘 마셨다. "음식을 내가 알아서 시켜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한 뒤에 웨이터를 불러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는, 음식이 나오면 레시피를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듣던 대로 그는 요리에 대해 해박했다. 그날 내가 본 정명훈은 거푸 마신 와인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약간 취한 발음으로 평상시보다 훨씬 다변((多辯)을 쏟아냈다. 할 수 없이 나는 기자수첩을 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취중 .. 더보기
지휘자 성시연, 넉넉한 미소 속에 숨은 차돌같은 자의식 지휘자 성시연과 지금까지 세번 만났다. 일단, 눈과 입을 전부 사용하는 큼직한 미소가 보기 좋은 친구다. 야무지지만 차갑지 않다. 누구 앞에서라도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피력하는, 그러면서도 겸손하게 예의를 차릴 줄 아는 사람이다. 게다가 난 그가 독일의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공부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음악밖에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넓은 시야와 안목을 갖춘 지휘자다. 물론 그의 연주회를 몇차례 대면하면서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케스트라를 완벽하게 장악해 고도의 집중력을 끌어내는 카리스마, 아울러 관객의 눈과 귀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당기는 에너지는 아직 좀 아쉽다. 하지만 이제 그는 30대 중반이다. 성시연에게는 분명 또 한번의 점프가 남아 있다. 아마도 그는 차곡차곡 .. 더보기
내가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강충모 추석 연휴 마지막날이다. 오후 4시경 숙명여대 이혜전 교수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그의 부군인 피아니스트 강충모 교수(한예종)가 줄리어드 음대 교수로 확정됐다는 것. 미국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대신해 소식을 전한다는 것. 기쁜 일이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피아니스트 강충모이기 때문에, 나 역시 기쁘다. 언론 플레이에 젬병인, 인간적이고 겸손한 피아니스트. 무지하게 연습하는 사람. 남의 제자를 칭찬하면서, 자기 제자 자랑은 감추는 사람. 음악계 장삿꾼들의 꼼수, 불성실한 연주자들의 엉터리 연주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 나보다 한살 많은, 마이 프렌드 강충모. 피아니스트 강충모 “클래식의 대중화? 그건 난센스” 기사입력 2008-11-09 17:37 피아니스트 강충모(48·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참.. 더보기
피아니스트 이경숙... 모차르트 또 모차르트 전화 통화는 몇번 한 적이 있지만, 이경숙 선생과 직접 만난 건 처음이다. 호암아트홀의 착한 다미가 이선생이 모차르트 전곡 연주회를 내리닫이로 때린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흠...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나는 대학에서 정년 퇴임까지 한 이선생이 나흘만에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을 완주한다는 사실 자체에 일단 경외심을 느꼈다. 그래서 만났다. 하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뭐 그냥 피아니스트겠지... 혹시 좀 피곤한 사람은 아닐까... 등등. 그것은 '음악가 일반'에 대한 내 선입견 때문이었다. 까탈스럽고 자기밖에 모르는 깍쟁이들이라는 생각. 사실, 연주자들 가운데는 그런 사람들이 꽤 있기도 하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대면한 이선생, 참으로 시원시원하고 화통한 분이었다. 물론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