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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코피에프, 피아노 소나타 7번 B플랫장조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소나타 7번 B플랫장조 러시아의 20세기 작곡가들을 거론하면서 절대 빼놓고 갈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1891~1953)입니다. 그는 앞에서 언급한 쇼스타코비치와 더불어 혁명기의 러시아, 이후의 스탈린 체제를 함께 겪었던 음악가였습니다. 쇼스타코비치보다 15년 연상이지요. 둘 다 20세기의 새로운 음악, 이른바 모더니즘을 지향했던 까닭에 소비에트의 통제적 분위기 속에서 내적 갈등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프로코피에프는 스탈린과 같은 날 세상을 떠났습니다. 1953년 3월 5일이었지요. 사인은 뇌출혈이었습니다. 물론 독재자와 음악가의 ‘같은 날 죽음’이라는 사건은 어쩌다 일어난 우연이겠지요.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 더보기
쇼스타코비치, 오라토리오 <숲의 노래> 쇼스타코비치, 오라토리오 지난 회에 이어 이번에도 쇼스타코비치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그의 음악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곡이 무엇일까요? 아마 다들 아실 겁니다. 거의 대중음악에 가까울 만큼 인기를 끄는 곡이 있지요. 그렇습니다. 바로 재즈 모음곡 2번입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에서 ‘왈츠 2’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음악은 전부 8곡으로 이뤄져 있는데, 순서대로 열거하면 march, little waltz, dance 1, waltz 1, little polka, waltz 2, dance 2, finale입니다. 그중에서도 색소폰이 리드하는 ‘왈츠 2’의 세 박자 선율은 여러 영화에 삽입돼 인기를 얻었습니다.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을 비롯해 한국영화 중에서는 등에 사용돼 사.. 더보기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d단조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d단조 몇해 전 저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2013년, 돌베개)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습니다. 읽은 분들은 기억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에는 옛소련의 음악가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필자의 사적인 경험담이 등장합니다. 제가 20대 초반의 청년이었던 1981년의 어느 날, 서울 광화문의 한 작은 서점에서 쇼스타코비치의 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당시만 해도 적성국가(敵性國家)였던 소련의 음악가, 게다가 서점의 판매대에 쌓여 있던 카세트테이프에는 ‘혁명’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생소한 음악이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집어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저와 비슷한 또래들은 아마.. 더보기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e단조 음악에서도 외모에서도, 라흐마니노프에게는 ‘귀족적인 침울함’이라고 부를 만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 배경을 몇 가지로 유추를 해보면 이렇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즉 세르게이는 여섯 형제 가운데 넷째로 태어났는데 친가와 외가 모두가 러시아의 장군 가문이었지요. 세르게이의 아버지인 바실리는 물려받은 영지가 대단히 많았을 뿐 아니라 아내인 류보피가 결혼 지참금으로 가져온 토지까지 소유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대단히 부유한 귀족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한데 세르게이가 태어나기 직전부터 집안이 슬슬 몰락하기 시작합니다. 아버지인 바실리의 한량 기질 때문이었습니다. 가장으로서 무책임했던 그는 낭비가 심하고 놀음까지 즐겼습니다. 당연히 여성 문제도 복잡했.. 더보기
말러,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가곡> 말러, 구스타프 말러는 모두 9개의 교향곡을 완성해 남겼습니다. 교향곡과 가곡의 중간적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까지 포함한다면 모두 10곡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1910년에 손을 대기 시작한 마지막 교향곡(10번)은 이듬해 5월에 세상을 뜨는 바람에 미완의 스케치와 단편으로만 존재합니다. 그래서 까지 포함한 10개의 교향곡은 오늘날까지 말러의 음악적 생애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한데 말러를 거론하면서 빼놓을 없는 장르가 또 있습니다. 음악가 말러의 출발점, 아울러 그의 교향곡 상당수에서 ‘음악적 씨앗’으로 작용했던 주옥같은 노래들을 빼놓고는 그의 음악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교향곡과 더불어 말러의 음악적 생애를 대변하는 장르는 바로 가곡..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