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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당신이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잊혀질 권리|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 지음, 지식의날개 인터넷은 당신이 지난 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다. “당신이 결혼한 뒤 2000년에 집을 샀으며, 2003년에 건강에 대해 불안해했으며, 1년 뒤에 아기를 출산했다는 것처럼 우리 인생사의 중대한 변화를 알고 있다. 정신질환 문제를 검색했거나, 선정적 소설을 찾았거나, 애인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위해 외딴 곳의 모텔을 예약한 것도 기록돼 있다. 인터넷 검색엔진은 우리가 자신에 대해 기억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알고 있다. 마음 편하지 않아 지워버렸던 사소한 일들도 사라지지 않고 과거를 들춰낸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개인의 신용 및 건강 정보는 관련 기관의 서버에 속속 저장된다. 어쩌다 저지른 실수와 생물학적 정보마저 디지.. 더보기
시민이여, 시장에 빼앗긴 권력을 되찾아오라 경제학의 배신…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북돋움 “저주로다. 광인이 맹인을 이끄는구나.” 셰익스피어의 에 등장하는 대사다. 시장만능주의가 세상을 뒤덮은 통제 불능의 시대를 이만큼 적절하게 비유하는 언어도 별로 없을 성싶다. 책의 저자인 라즈 파텔은 그 광인의 한 명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의장으로 19년이나 재임한 앨런 그린스펀을 지목한다. 저자는 열렬한 자유시장 옹호자이자 세계경제의 입법자로 군림해온 그가 “미국 자유주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에인 랜드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한다. 랜드는 한국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1982년 타계 이후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잃지 않는 미국 작가다. 특히 그녀가 1957년 발표한 이 그렇다. 이 대하소설은 재계 거물들이 정부 관리와 노동조합 지도자들이라는 ‘사회악.. 더보기
미국 대학은 세계 최고…그 허구를 벗긴다 ▲대학이 말해주지 않는 그들만의 진실 데버러 L. 로드 지음·윤재원 옮김 | 알마 | 350쪽 | 1만6000원 적어도 겉에서 보자면, 오늘날 미국의 대학들은 역사상 최고의 번영기를 구가하고 있다. 전 하버드대 총장인 데릭 복은 “연구조사의 역량, 전문교육의 질, 교육프로그램 혁신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자평한다. 런던타임스에 게재된 조사결과에 따르자면, 세계 최상위 10개 대학 중 7개가 미국 대학이다. 75년 전 미국에서 학사 학위 보유자는 25명 중 1명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역사상 가장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상황”이다. 대학교수들의 만족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 총체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90%에 가까운 교수들이 만족한다고 답변”했으며, “다시 기회가 주어.. 더보기
겐나디 로제스트벤스키..."10년 후에 또 만납시다" 결례를 무릅쓰고 방문을 열었다. 애초에는 음반에 사인을 받으려던 것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짧막한 인터뷰로 이어졌다. 지난 28일 정오, 서울시향 음악감독실. 그러니까 원래는 정명훈 감독의 방인데 그는 북한 평양에 간 상태였고, 그날 이 방에서는 서울시향과 리허설을 막 끝낸 겐나디 로제스트벤스키(Gennady Rozhdestvensky, 1931~)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왠 놈이냐'는 듯이 뚱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옛날 LP들을 보더니 금새 표정이 밝아졌다. 피차 초면의 긴장이 그렇게 풀렸다. 그는 편안하게 농담을 던져가며 내가 가져간 8장의 LP에 공들여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그냥 휙휙 날아가는 서명이 아니었다. 그는 사인 하나하나에 아주 꼼꼼하게 정성을 다.. 더보기
말러 교향곡... 발레리 게르기예프, 마리스 얀손스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런던 심포니는 2007년에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을 시작해 지난해 마무리했다. '대지의 노래'는 빠져 있는 사이클이다. 자체 레이블인 LSO를 통해 발매된 이 음반들의 음질에 대해 사람들의 불만들이 많은 것 같다. 애초에는 나도 그런 축이었다. 처음 들은 곡이 6번이었는데 소리가 답답하고 밀도가 확 떨어졌다. 무슨 SACD가 이렇게 음질이 맹탕이람! 그렇게 생각했다. 역시 말러는 LP로 들어야지, CD는 정말 못 쓰겠구만 하면서, 혀를 끌끌 찼다. 며칠 후 친구 W의 작업실에서 같은 음반을 다시 들었다. 이 친구의 오디오 시스템은 내 것과 완전히 다른 쪽이다. 하나밖에 없는 나의 '저렴한 시스템'은 최대한 LP쪽에 맞춰져 있다. 쿼드2 진공관에 토렌스 520 턴테이블, 탄노이 스피커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