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가 소설로 그려낸 '파멸의 이중주' 입력 : 2009-01-08-18:23:35ㅣ수정 : 2009-01-08 18:23:36 음악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독약’일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때때로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이 운율과 하모니를 통해 정신을 조화롭게 하고 감정을 순화시키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치우치면 사람을 유약하게 만들 뿐이라고 경고했다. 음악을 ‘하찮은 것’으로 여겼던 이 철학자는, 그렇게 나쁜 영향을 주는 음악을 지상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한다고까지 설파했다. 음악에 대한 이 부정적 견해는 19세기 말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에게서 다시 발견된다. 19세기는 이른바 낭만의 시대. 베토벤 이후 점점 확고해진 음악의 절대성과 신성함이 반론의 여지없이 통용되던 때였다. 음악은 고통스러운 세계에서 구원으로 나아가는.. 더보기 차이코프스키... 겨울날의 우울한 몽상 입력 : 2008-12-25 17:26:59ㅣ수정 : 2008-12-25 17:26:59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은 겨울에 들으면 더욱 제맛이다. 베토벤의 7번과 드보르자크의 8번 교향곡이 여름에 한층 어울리는 것처럼, 음악에는 나름대로 계절과의 어울림이 있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은 ‘겨울의 음악’이다. 아예 ‘겨울날의 몽상’(Winter Daydreams)이라 이름 붙인 1번부터 ‘비창’(悲愴)으로 불리는 6번까지, 어느 곡에서건 가슴 시린 북국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러시아적 비애감과 때때로 폭발하는 광기 어린 열정.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은 번호가 없는 ‘만프레드 교향곡’까지 포함해 모두 7곡이다. 그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곡은 4, 5, 6번. 교향곡으로서의 구조가 취약하고 선율.. 더보기 브렌델, 마침내 무대에서 내려오다 입력 : 2008-12-18 17:33:27ㅣ수정 : 2008-12-18 17:33:30 알프레트 브렌델(77)이 떠났다. 18일 저녁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라인 홀. “올해를 마지막으로 연주활동을 접겠다”고 이미 선언했던 브렌델이 생애 마지막 연주를 펼쳤다. 20세기 후반의 피아노 음악을 이끌어온 거장. 언제나 신뢰할 수 있었던 브렌델의 진지한 피아니즘이 마침내 ‘과거’라는 시간 속으로 떠났다. 7년 전 프랑스의 음악잡지 와 진행했던 인터뷰. 그것을 다시 들춰본다. 당시 70세의 브렌델이 ‘늙음’에 대해 담담하게 말한다. “사람이 늙으면 체력에 한계가 오는 법이지요.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연주만을 선택할 겁니다. 연주회 요구에 휘둘리지 않는 게 잘 늙어가는 방법이지요. 내 육체가 앞으로도 잘 버텨 주.. 더보기 라흐마니노프, 찬란한 서정의 광휘 입력 : 2008-12-11 17:30:15ㅣ수정 : 2008-12-11 17:30:16 러시아의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19세기 후반에 태어나 거의 20세기 중반까지 살았다. 덕분에 남아 있는 사진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198㎝의 껑충한 키에 늘 굳어 있는 얼굴. 피아니스트 리히테르는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가 얼마나 내성적인 사람인가를 회고했던 적이 있지만, 그보다 한 세대 앞선 라흐마니노프는 한층 더 우울한 초상을 후대에 남겼다. 그는 꼭 필요한 얘기가 아니면 하루 종일 거의 입을 열지 않았고, 우스갯소리 따위는 아예 자신의 ‘사전’에 올려놓지도 않았던 사람이었다. 마침 KBS 클래식FM에서 14일부터 6일간 ‘라흐마니노프의 밤’이라는 특집을 마련하는 모.. 더보기 동양과 서양, 신과 인간... 거대한 벽화로 그리다 입력 : 2008-12-04 17:21:38ㅣ수정 : 2008-12-04 17:21:38 올리비에 메시앙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스무개의 시선' 1941년 초, 그는 갇혀 있었다. 프랑스군으로 참전했다가 나치에게 붙잡힌 포로 신세였다. 폴란드 서남부와 체코 동북부에 걸쳐 있는 슐레지엔 지역의 괴를리츠(Goerlitz) 수용소.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는 그 담장 안에서 작곡돼 초연됐다. 1월15일이었다. 3명의 수용소 동료와 4중주를 초연했던 당시 상황을, 그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살을 에듯 추웠다. 수용소 전체가 눈에 묻힌 상태였다. 3만명에 이르는 포로들은 주로 프랑스인들이었고 폴란드, 벨기에인들도 일부 있었다. 악기는 엉망이었다. 첼로는 현이 세 개뿐이었고, 내가 연주할 피아노의 오른쪽 .. 더보기 이전 1 ··· 37 38 39 40 41 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