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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오브제가 만든 긴장감… '맥베드’의 해체와 재구성 기사입력 2009-11-05 17:53 | 최종수정 2009-11-05 19:45 무대는 텅 비었다. 단지 의자 몇 개가 천장에 매달려 있거나 무대 바닥에 놓여 있다. 그리고 스무개 남짓한 촛불이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가볍게 일렁인다. 그게 전부다. 연출가 김낙형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듯이, 의자는 ‘권력’의 상징이며 촛불은 ‘흔들리는 내면’의 암시. 하지만 이런 식의 오브제 설정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지 않은가. 이 진부한 설정이 과연 어떻게 새로운 생명을 얻을 것인가. 그것이 연극 의 숙제 가운데 하나일 터다. 다행스럽게도 여덟명의 배우들이 “멕베드, 맥베드, 맥베드…”를 의미없는 구음(口音)처럼 되뇌이면서 무대 위로 등장하는 순간, 70%를 암전시킨 어두운 무대는 묘한 빛을 튕기기 시작한다. .. 더보기
연극 '악당의 조건'...웃기고 슬픈 하류인생의 초상 경향신문 문화면에 '객석에서'라는 간판을 달고 처음 게재했던 리뷰다. 하지만 나는 이 코너에 고작 다섯 편의 리뷰밖에 쓸 수 없었다. 회사의 명(?)을 받아 문화부장으로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자라기보다 관리직에 가까운 자리였고, 솔직히 말해 나는 그 일을 하는 내내 좀 괴로웠던 같다. 물론 그걸 원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아무리 봐도 난 데스크보다는 기자가 더 체질에 맞는 모양이다. 어쨌든 이 코너는 김희연 등의 후배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잘 이어줬으니 고마운 일이다. 나는 2008년 6월 취재현장으로 되돌아왔고, 지난해 10월부터 기존에 맡아왔던 음악에 더해 연극까지 담당하게 됐다. 오랫만에 연극판으로 돌아와 '객석에서' 코너로 처음 출고했던 기사는 김낙형이 연출한 '멕베스'였다. 기사입.. 더보기
클라리넷의 재발견, 실내악의 완성 입력 : 2009-07-30-17:22:08ㅣ수정 : 2009-07-30 17:22:09 모차르트가 생애 마지막 무렵에 가장 사랑했던 악기 가운데 클라리넷을 빼놓을 순 없다. 기악 음악의 발전은 악기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게 마련. 목관악기 클라리넷은 모차르트가 맹활약을 펼치던 18세기 후반에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정확한 음정과 풍부한 표현력, 적절한 음량을 갖춘 악기로 점차 발전하면서 오케스트라 속에도 클라리넷 연주자의 자리가 마련되기에 이른다. 그렇게 음악성을 차츰 인정받아가던 클라리넷은 모차르트의 말년에 이르러 악기로서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부여받는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이었던 1789년 썼던 ‘클라리넷 5중주 A장조’. 기존의 현악 4중주 편성에 클라리넷 한.. 더보기
카를로스 클라이버, 은둔의 거장 입력 : 2009-06-11-17:41:47ㅣ수정 : 2009-06-11 22:27:45 1990년대 초반에 개봉했던 영화 (Tous les matins du monde)은 두 명의 음악가 이야기다. 루이 14세가 집정했던 17세기 중반, 프랑스의 음악가였던 생트 콜롱브와 마랭 마레가 그 주인공들이다. 둘 다 실존 인물들이다. 바로크 시대의 현악기인 비올라 다 감바의 대가였던 생트 콜롱브는 세속의 영화를 마다하고 초야에 묻혀 사는 ‘은둔형 거장’이고, 반면에 그의 제자인 마랭 마레는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음악가로서의 성공과 명예를 꿈꾸는 야심가다. 영화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두 사람의 삶을 대비시키면서 펼쳐진다. 물론 그 ‘대비’가 때때로 극단적이어서 현실감이 떨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더보기
사티, 먼 곳을 홀로 바라봤던 기인 입력 : 2009-05-21-17:46:27ㅣ수정 : 2009-05-21 17:46:27 사교계의 윤활유 역할을 해왔던 음악은 19세기를 거치면서 ‘절대적이고 숭고한 예술’로 격상됐다. 낭만의 시대를 열어젖힌 베토벤은 ‘성인’의 경지로 추앙받으며 음악의 종주로 자리매김했고,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던 연주회장은 조용한 경배의 장소로 바뀌었다. 음악은 그렇게 100년의 세월을 거치며 스스로의 존재를 육중하게 키웠다. 선율과 구조도 점점 복잡하고 무겁고 드라마틱해졌다. 그리하여 마침내 19세기 후반, 낭만의 만개(滿開)였던 동시에 소멸이었던 ‘후기 낭만’의 시대가 도래했다. 바그너의 음악극과 베르디의 오페라, 리스트의 교향시가 음악을 주도했고 그 뒤를 이어 프랑크와 브루크너, 브람스가 등장했다. 그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