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맥신 그린... '사랑의 상상력'을 깨워라 은 컬럼비아대의 노교수 맥신 그린이 링컨센터 인스티튜트 워크숍에서 했던 강연들을 모은 책이다. 한국 언론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고, 서점에서도 그다지 팔리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으로 아까운 책이다. 기사입력 2012-01-06 20:36 ---------------------------------------------------------------------------------------------------------------------블루 기타 변주곡 맥신 그린 지음·문승호 옮김 | 다빈치 | 368쪽 | 2만원 100세를 바라보는 여성 노교수가 한국어판 서문을 직접 썼다. 그 자체로 경이롭다. 미국 컬럼비아대 티처스 칼리지의 명예교수, 60여년 동안 교육철학과 사회이론, 미학을 강의해온.. 더보기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 "내 아버지는 일본군 헌병이었다" 예전부터 그를 한번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으나, 이래저래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그의 신작 에 관한 보도자료를 받아들고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어느 순간엔가 머리 속에 한 줄의 문장이 날아와 박혔다. "내 아버지는 일본군 헌병이었다." 나는 길게 생각할 것 없이 전화를 걸어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그는 다음날 오전 11시 정각에 경향신문 앞에 나타났다. 칼같이 시간을 지켰다. 심상치 않은 인상이다. 가무잡잡한 얼굴에 눈이 작다. 귀티나는 얼굴이 아니라 그 반대다. 이런저런 풍파를 꽤나 겪었을 법한 인상이다. 나는 몸으로 삶을 견뎌낸 일본의 몇몇 예술가들을 상당히 애호하는 편이다. 그중에는 소설가 아사다 지로 같은 이도 있다. 그는 분명 우파적 성향의 작가이긴 하지만, 나는 그의 소설에서 느껴지는 '꿈.. 더보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독주회... 바흐 '소나타와 파르티타'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기억을 쌓는 일이기도 하다. 내 책상 오른편에는 나름대로 정리된 LP들이 꽤 꽂혀 있고, 그중에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음반은 한 10장쯤 된다. 고교생이던 시절부터 소장해오던 것도 있고, 독일 뒤셀도르프의 고서점에서 구한 것도 있으며, 수년 전 영국 런던의 해롤드 아저씨에게서 꽤 비싸게 산 것도 있다. 미스터 헤롤드는 한국의 왠만한 LP쟁이들은 다 아는, 유명한 영국 할아버지다. 참으로 귀엽고 상냥하긴 한데 음반을 좀 비싸게 파는 게 흠이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오랜 세월 정경화를 들어왔다. 물론 음반 외에 실연으로도 여러 차례 접했다. 특히 그가 바이올린 대신 마이크를 들고 무대로 걸어나와 손가락 통증을 호소했던, 2005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의 기억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더보기
연출가 오태석... 간결한 잡종(雜種)의 미학 '오태석'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1970년대 후반에 고려원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라는 책에서였다. 연극쟁이 11명의 에세이를 묶은 책이었는데 오선생의 글이 맨 앞에 실려 있었다. 너무 오래 전에 읽은 책이어서 내용을 선명하게 기억하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그 글을 적어도 서너번쯤 읽었던 것 같다. 오선생이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딩굴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글이었는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입담은 물론이거니와 문장을 다루는 솜씨도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아마 그래서 읽고 또 읽었을 것이다. 자신의 연극 과 에 얽힌 이야기, 드라마센터에서 함께 연극을 했던 이호재, 전무송과의 우정,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시고 저지렀던 온갖 해프닝들... 아마도 그런 내용들이었던 것같다. 그 .. 더보기
구자범과 경기필하모닉의 '젊은 사운드' 경기필하모닉 '젊은 사운드’ 바그너 음악 제대로 해냈다 기사입력 2012-05-09 21:19 | 최종수정 2012-05-10 21:18 ㆍ지휘자 구자범, 절묘한 선곡으로 청중 사로잡아 경기필하모닉의 ‘젊은 사운드’가 청중을 매료시켰다. 지난 8일 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는 열기가 넘쳤다. 구자범(42·사진)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은 바그너의 음악극 의 1막 3장에 등장하는 ‘결투에서 승리한 로엔그린’으로 이날 연주회를 비등점으로 몰고가 마침내 폭발시켰다. 객석은 뜨거운 환호와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계속되는 커튼콜에 답하는 지휘자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표정은 밝았다. 지휘자뿐 아니라 단원들의 표정에서도 ‘제대로 해냈다’는 후련함이 느껴졌다. 경기필하모닉이 달라졌다. 이날 관객에게 선보인 ‘바그.. 더보기
인터넷은 당신이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잊혀질 권리|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 지음, 지식의날개 인터넷은 당신이 지난 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다. “당신이 결혼한 뒤 2000년에 집을 샀으며, 2003년에 건강에 대해 불안해했으며, 1년 뒤에 아기를 출산했다는 것처럼 우리 인생사의 중대한 변화를 알고 있다. 정신질환 문제를 검색했거나, 선정적 소설을 찾았거나, 애인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위해 외딴 곳의 모텔을 예약한 것도 기록돼 있다. 인터넷 검색엔진은 우리가 자신에 대해 기억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알고 있다. 마음 편하지 않아 지워버렸던 사소한 일들도 사라지지 않고 과거를 들춰낸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개인의 신용 및 건강 정보는 관련 기관의 서버에 속속 저장된다. 어쩌다 저지른 실수와 생물학적 정보마저 디지.. 더보기
시민이여, 시장에 빼앗긴 권력을 되찾아오라 경제학의 배신…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북돋움 “저주로다. 광인이 맹인을 이끄는구나.” 셰익스피어의 에 등장하는 대사다. 시장만능주의가 세상을 뒤덮은 통제 불능의 시대를 이만큼 적절하게 비유하는 언어도 별로 없을 성싶다. 책의 저자인 라즈 파텔은 그 광인의 한 명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의장으로 19년이나 재임한 앨런 그린스펀을 지목한다. 저자는 열렬한 자유시장 옹호자이자 세계경제의 입법자로 군림해온 그가 “미국 자유주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에인 랜드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한다. 랜드는 한국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1982년 타계 이후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잃지 않는 미국 작가다. 특히 그녀가 1957년 발표한 이 그렇다. 이 대하소설은 재계 거물들이 정부 관리와 노동조합 지도자들이라는 ‘사회악.. 더보기
미국 대학은 세계 최고…그 허구를 벗긴다 ▲대학이 말해주지 않는 그들만의 진실 데버러 L. 로드 지음·윤재원 옮김 | 알마 | 350쪽 | 1만6000원 적어도 겉에서 보자면, 오늘날 미국의 대학들은 역사상 최고의 번영기를 구가하고 있다. 전 하버드대 총장인 데릭 복은 “연구조사의 역량, 전문교육의 질, 교육프로그램 혁신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자평한다. 런던타임스에 게재된 조사결과에 따르자면, 세계 최상위 10개 대학 중 7개가 미국 대학이다. 75년 전 미국에서 학사 학위 보유자는 25명 중 1명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역사상 가장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상황”이다. 대학교수들의 만족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 총체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90%에 가까운 교수들이 만족한다고 답변”했으며, “다시 기회가 주어.. 더보기
겐나디 로제스트벤스키..."10년 후에 또 만납시다" 결례를 무릅쓰고 방문을 열었다. 애초에는 음반에 사인을 받으려던 것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짧막한 인터뷰로 이어졌다. 지난 28일 정오, 서울시향 음악감독실. 그러니까 원래는 정명훈 감독의 방인데 그는 북한 평양에 간 상태였고, 그날 이 방에서는 서울시향과 리허설을 막 끝낸 겐나디 로제스트벤스키(Gennady Rozhdestvensky, 1931~)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왠 놈이냐'는 듯이 뚱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옛날 LP들을 보더니 금새 표정이 밝아졌다. 피차 초면의 긴장이 그렇게 풀렸다. 그는 편안하게 농담을 던져가며 내가 가져간 8장의 LP에 공들여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그냥 휙휙 날아가는 서명이 아니었다. 그는 사인 하나하나에 아주 꼼꼼하게 정성을 다.. 더보기
말러 교향곡... 발레리 게르기예프, 마리스 얀손스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런던 심포니는 2007년에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을 시작해 지난해 마무리했다. '대지의 노래'는 빠져 있는 사이클이다. 자체 레이블인 LSO를 통해 발매된 이 음반들의 음질에 대해 사람들의 불만들이 많은 것 같다. 애초에는 나도 그런 축이었다. 처음 들은 곡이 6번이었는데 소리가 답답하고 밀도가 확 떨어졌다. 무슨 SACD가 이렇게 음질이 맹탕이람! 그렇게 생각했다. 역시 말러는 LP로 들어야지, CD는 정말 못 쓰겠구만 하면서, 혀를 끌끌 찼다. 며칠 후 친구 W의 작업실에서 같은 음반을 다시 들었다. 이 친구의 오디오 시스템은 내 것과 완전히 다른 쪽이다. 하나밖에 없는 나의 '저렴한 시스템'은 최대한 LP쪽에 맞춰져 있다. 쿼드2 진공관에 토렌스 520 턴테이블, 탄노이 스피커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