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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연극제 임인자 감독...약자의 시선으로 던지는 물음표 한 여섯달쯤 전이었을까. 라는 연극을 꽤 재미있게 봤다. 극단 '이안'의 창단작이었는데, 나는 젊은 신생 극단의 창단작들은 가능하면 챙겨보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거기에도 옥석을 가리는 선별은 있기 마련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연극을 보고 나오면서 "맥주 한잔 마실 사람은 요 옆집으로~"라는 전언을 남겼더니, 그날 무대에 섰던 대부분의 배우들이 다시 모였다. 그중에 배우가 아닌 사람이 둘 있었다. 한 명은 극단 이안의 대표인 연출가 오경택이었고, 또 한 명은 이날 공연의 기획과 홍보 등을 맡고 있던 임인자였다. 그는 변방연극제 사무국장으로 오래 일하다가 올해 드디어 "업계 최연소 예술감독"이라는 직함을 갖게 된 연극 프로듀서다. 내 기억으로는 사석에서 임군(나는 그를 임군 혹은 인자군이라고 부른다. 물론,.. 더보기
연극 ‘33개의 변주곡’…볼 게 너무 많아서 피곤했던 공연이 끝나고 대기실로 들어섰다. 윤소정 선생이 담배연기를 휘~ 내뿜고 계셨다. 윤선생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언제 봐도 근사하다. 나도 옆에 앉아 한 대 피워 물었는데, "공연 어땠어?"라고 묻는다. 하마터면 "에이, 그저 그랬어요"라고 말할 뻔했다. 바로 앞에서는 베토벤을 열연했던 배우 박지일이 거울 앞에 앉아 분장을 지우고 있었고, 디아벨리 역의 이호성씨는 "진보 언론, 경향신문! 힘내십시요"라고 덕담까지 건네왔던 차였다. 그런데 나는 하마터면 그 모든 배우들이 바로 조금 전까지 열연을 펼쳐보였던 에 대해 실언을 내뱉을 뻔했다. 공연 직후에 배우들이 모인 대기실에서 "별로"라는 말을 내뱉는 것은 당연히 적절치 않다. 게다가 그날 출연진 7명은 저녁 공연을 한차례 더 남긴 상태였다. 그렇지만 신문에 .. 더보기
모스크바 공항에서 환승하기 10월 8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했다. 최종 목적지는 독일 뮌헨. 모스크바에서 세시간을 기다려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모스크바까지 가는 비행기는 대한항공이었고, 모스크바에서 뮌헨까지는 아에로플로트. 기내 시설 및 서비스 문제 등등, 여러가지 악평이 따라다니는 비행기였다. 여기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앞으로도 나처럼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할 사람들이 아주 많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최근에 모스크바 공항은 기존의 F터미널 외에 새로 지은 D터미널을 오픈했기 때문에, 다녀온 사람의 경험담이 다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일단 인천에서 모스크바까지는 대한항공 편으로 비교적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승무원들은 친절하고 기내식도 퀄리티가 좋다. 성능 좋은 TV 모니터도 좌석마다 개별적으로 설치돼 있.. 더보기
연출가 김낙형…연극 ‘토란-극’ 김낙형은 내가 좋아하는 연출가 가운데 한 명이다. 일단 그는 말투가 어눌하다. 뭔가 이야기를 하려고 끙끙대기는 하는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통상적이면서도 정형화된 언어로 깔끔하게 전달하는 데 아주 서툴다. 게다가 잘 웃지도 못한다. 가끔 웃긴 하는데, 그럴 때마다 표정이 아주 난감해보인다. 자연스럽게, 혹은 세련되게 웃는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것은 좀 깊이 들어가면 '계급'의 문제와도 연관이 깊다. 내가 20대 때 아르바이트 삼아 아이들을 잠시 가르쳤을 때의 기억인데, 부잣집 애들은 말도 잘 듣고 인사도 잘하고 표정도 환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선배가 운영하던 학원에서 가난한 동네 아이들을 가르쳤을 때는 영 딴판이었다. 그곳 아이들은 어둡고 반항적이었으며 자기 표현에 서툰 경우들이 .. 더보기
배우 손숙… 따뜻하고 투명하고, 어딘가 슬퍼 보이는 한달쯤 전 명동예술극장 커피숍에서 손숙 선생과 잠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공연이 막 끝난 시간이었다. 그날 나는 불빛에 비친 손선생의 얼굴을 바로 앞에서 바라보면서, '손선생도 이제 많이 늙으셨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왠지 애잔한 심정이 되었던 것 같다. 6년 전 연극 담당을 처음 맡았을 때 첫번째 인터뷰이가 아마도 손선생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손선생은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활짝 열어 속을 다 보여줬었다. 나는 그렇게 투명한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다. 아마 내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인 모양이다. 기사입력 2004-12-09 16:18 | 최종수정 2004-12-09 16:18 배우 손숙 “내가 연기한 ‘그녀들’. 그게 바로 나였을까?” 상처 입은 여.. 더보기
연극 ‘춘향’...에로티시즘의 앵글로 바라본 <춘향전> 영욱이형의 친구인 진성이형이 연극에 출연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배우가 되겠다는 그의 늦깎이 결심이 참으로 리얼하고 절절하다. 10년, 20년 후배들과 한데 어울려 지금까지 서너편쯤 연극을 한 모양이다. 이번에는 연극 에 성참판 역할로 나왔다. 그래서 나는 이 연극을 보게 됐다. '배우 이진성'에게 가장 돋보이는 건 어린 배우들보다 훨씬 노련하고 강렬한 눈빛이었다. (나는 눈빛이야말로 연기의 절반이라고 여긴다.) 게다가 능청스러움과 유연함도 느껴졌다. 그가 무대에서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역시 배우의 상상력에는 인생 짬밥이 요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찌 오래 살았다는 것만으로 저런 눈빛을 발산하겠는가? 그건 아마도 절실함에서 나오는 것일 테다. 비록 많이 늦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 더보기
지휘자 정명훈... 그는 과연 누구일까? 지휘자 정명훈을 몇차례 만났지만,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5년 10월 일본 도쿄의 오페라시티 빌딩에 자리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의 만남이었다. 당시 그는 도쿄필하모닉의 지휘자로 연주회를 막 끝낸 후였고, 그 자리는 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 자리였다. 정마에는 그날 일행 중에서 가장 술을 잘 마셨다. "음식을 내가 알아서 시켜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한 뒤에 웨이터를 불러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는, 음식이 나오면 레시피를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듣던 대로 그는 요리에 대해 해박했다. 그날 내가 본 정명훈은 거푸 마신 와인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약간 취한 발음으로 평상시보다 훨씬 다변((多辯)을 쏟아냈다. 할 수 없이 나는 기자수첩을 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취중 .. 더보기
지휘자 성시연, 넉넉한 미소 속에 숨은 차돌같은 자의식 지휘자 성시연과 지금까지 세번 만났다. 일단, 눈과 입을 전부 사용하는 큼직한 미소가 보기 좋은 친구다. 야무지지만 차갑지 않다. 누구 앞에서라도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피력하는, 그러면서도 겸손하게 예의를 차릴 줄 아는 사람이다. 게다가 난 그가 독일의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공부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음악밖에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넓은 시야와 안목을 갖춘 지휘자다. 물론 그의 연주회를 몇차례 대면하면서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케스트라를 완벽하게 장악해 고도의 집중력을 끌어내는 카리스마, 아울러 관객의 눈과 귀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당기는 에너지는 아직 좀 아쉽다. 하지만 이제 그는 30대 중반이다. 성시연에게는 분명 또 한번의 점프가 남아 있다. 아마도 그는 차곡차곡 .. 더보기
내가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강충모 추석 연휴 마지막날이다. 오후 4시경 숙명여대 이혜전 교수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그의 부군인 피아니스트 강충모 교수(한예종)가 줄리어드 음대 교수로 확정됐다는 것. 미국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대신해 소식을 전한다는 것. 기쁜 일이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피아니스트 강충모이기 때문에, 나 역시 기쁘다. 언론 플레이에 젬병인, 인간적이고 겸손한 피아니스트. 무지하게 연습하는 사람. 남의 제자를 칭찬하면서, 자기 제자 자랑은 감추는 사람. 음악계 장삿꾼들의 꼼수, 불성실한 연주자들의 엉터리 연주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 나보다 한살 많은, 마이 프렌드 강충모. 피아니스트 강충모 “클래식의 대중화? 그건 난센스” 기사입력 2008-11-09 17:37 피아니스트 강충모(48·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참.. 더보기
피아니스트 이경숙... 모차르트 또 모차르트 전화 통화는 몇번 한 적이 있지만, 이경숙 선생과 직접 만난 건 처음이다. 호암아트홀의 착한 다미가 이선생이 모차르트 전곡 연주회를 내리닫이로 때린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흠...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나는 대학에서 정년 퇴임까지 한 이선생이 나흘만에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을 완주한다는 사실 자체에 일단 경외심을 느꼈다. 그래서 만났다. 하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뭐 그냥 피아니스트겠지... 혹시 좀 피곤한 사람은 아닐까... 등등. 그것은 '음악가 일반'에 대한 내 선입견 때문이었다. 까탈스럽고 자기밖에 모르는 깍쟁이들이라는 생각. 사실, 연주자들 가운데는 그런 사람들이 꽤 있기도 하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대면한 이선생, 참으로 시원시원하고 화통한 분이었다. 물론 그.. 더보기